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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연준 개혁 승부수에 내부 갈등 고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신임 의장 케빈 워시(Kevin Warsh)가 취임 직후 연준 개혁에 속도를 내면서 내부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연준의 정책 결정 방식과 소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워시 의장의 구상이 기존 위원들과 충돌하면서 향후 통화정책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취임 직후 개혁 드라이브…첫 회의부터 이견 노출

워시 의장은 6월 15일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열린 만찬에서 기준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18명의 위원들에게 연준의 경제 분석과 정책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전면 재검토하기 위한 외부 전문가 태스크포스(TF) 5개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준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는 즉석에서 "이미 어떤 사람들이 참여할지 알면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예상할 수 있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외부 전문가를 통해 기존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 연준 체질 개선 의지…기존 경제학 패러다임 도전

이번 장면은 워시 의장 체제의 핵심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워시 의장은 연준이 경제를 분석하는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기존 경제학계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인물임에도 기준금리 인하를 강하게 요구하던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연준 의장에 임명됐다.

이제는 자신의 개혁 방향을 내부 위원들에게 설득해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안게 됐다.

▲ 금리 결정도 안갯속…시장 불확실성 확대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준은 이번 주 다시 통화정책 회의를 개최한다.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 전망이 우세하지만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시장 예측이 어려워진 배경에는 워시 의장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경제 전망과 정책 방향, 자신의 판단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말을 아끼고 있으며, 이러한 '침묵 전략' 자체가 새로운 불확실성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좋은 가족 싸움" 강조…자신감도 드러내

워시 의장은 내부 토론과 공개적인 의견 충돌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이를 "좋은 가족 싸움(Good Family Fight)"이라고 표현하며 미리 결론이 정해지지 않은 토론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의회에서도 그는 "불과 6주 만에 연준 내부의 사고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며 "위원들과 지역 연은 총재들이 자신을 매우 따뜻하게 받아들였고, 새로운 조직문화도 연준 내부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동료들 역시 워시 의장이 상대방에게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 외부 전문가 TF 출범…연준 운영 전면 재검토

워시 의장이 구성한 5개의 태스크포스는 정책 커뮤니케이션, 인플레이션 목표체계, 자산보유 정책 등을 전면 재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해 전직 중앙은행 관계자와 기업인 등 총 15명이 TF를 이끌게 되며, 비판적인 인사들조차 구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최종 결정은 어디까지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내릴 것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이 정책을 강요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 내부에서는 기대와 우려 공존

연준 내부에서는 이번 개혁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미뤄왔던 대차대조표 운영과 정책 커뮤니케이션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반면 워시 의장이 제시한 일정이 지나치게 빠르고 검토 범위도 광범위해 충분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연준 전망은 집단사고 부른다"

워시 의장은 2006~2011년 연준 이사로 재직한 이후 10년 넘게 연준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을 이어왔다.

그는 연준의 경제 전망이 조직 내 획일화를 유발하며 정책 결정 시 활용되는 경제지표 역시 실제 상황보다 지나치게 늦게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2016년에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지나치게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믿는 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또 2014년 영란은행 운영 평가를 맡은 이후에는 연준 회의가 사전에 준비된 원고를 읽는 형식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는 연준이 1993년부터 회의록 전문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나타난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 '63개월' 숫자로 현 체제 비판

워시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도 반복적으로 '63개월'이라는 숫자를 언급했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2%를 초과한 기간을 의미한다.

그는 이 수치 자체가 현재 통화정책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근거라고 주장하며 기존 정책을 유지하려는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반면 당시 정책을 직접 운영했던 연준 위원들은 관세 인상과 중동 전쟁 등 예상하지 못한 외부 충격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렸다는 점을 들어 보다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 '침묵 전략' 본격화…시장과 거리 두기

워시 의장의 가장 큰 변화는 통화정책에 대한 발언을 의도적으로 줄인 점이다.

존 케네디 상원의원이 금리 인상과 동결, 인하 가운데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를 묻자 워시 의장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 대신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섯 개의 태스크포스를 활용하는 것이 검증되지 않은 정책으로 문제를 덮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최근 경제 충격에 대한 연준의 해석이나 향후 정책 대응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지 않고 있다.

내부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 역시 향후 워시 의장이 어떤 기준으로 정책을 결정할지 명확한 방향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케빈 워시 의장
케빈 워시 의장(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시장보다 연준이 먼저 예단해서는 안 된다"

워시 의장은 말을 아끼는 것이 오히려 정책 판단을 보호한다고 주장한다.

연준이 경제 전망을 미리 제시하면 이후에는 그 전망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생긴다는 것이다.

또한 연준이 지나치게 시장을 안내하면 투자자들은 경제 상황보다 연준의 발언만 따라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이전처럼 모든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시장은 연준이 아니라 경제 자체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들 "침묵 오래가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워시 의장의 전략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가펜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아무 설명도 하지 않으면 시장이 스스로 올바른 해석을 할 것이라는 가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지낸 제임스 불러드는 구체적인 금리 방향을 미리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며 일정 부분 옹호했다.

▲ 내부 반발도 공개화

워시 의장과 경쟁 끝에 연준 의장직을 놓쳤던 월러 이사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침묵 전략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경제학자로 살아오면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는 것이 시장을 더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이론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전 연준 통화정책국장이었던 윌리엄 잉글리시 역시 의장이 경제 전망을 설명하지 않으면 정책 결정의 배경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없게 된다며 결국에는 침묵을 깨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향후 기자회견이 최대 시험대

시장에서는 이번 연준 회의 이후 열리는 워시 의장의 기자회견이 최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금리를 인상하면서도 향후 정책 방향을 설명하지 않을 경우 시장은 예상보다 큰 긴축을 가격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 정책을 변경할지 설명하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억제를 강조해 온 그의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문이 커질 수 있다.

월러 이사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인플레이션이 저절로 사라질 때까지 강한 눈빛만 보내는 것은 선택지가 될 수 없다"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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