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한국 외환당국이 지난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약 280억 달러 규모의 달러를 순매도했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개입액의 약 80%가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4분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당시 외환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장 안정 조치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한국, 주요 교역국 가운데 세 번째로 큰 외환 개입
미국 재무부가 최근 공개한 환율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달러 순매도 규모는 중국이 1,050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인도가 430억 달러, 한국이 280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미국의 20대 교역국 가운데 중국과 인도에 이어 한국이 세 번째로 큰 규모의 외환시장 개입을 실시한 것으로 분석됐다.
▲ "280억 달러 매도…GDP의 1.5% 수준"
미 재무부는 지난 24일 미 연방의회에 제출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를 통해 "한국 당국이 2025년 시장 안정 목적의 외환보유액 순매도로 280억 달러를 사용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5%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체 개입액 가운데 225억 달러가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던 지난해 4분기에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말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자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섰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평가됐다.
▲ 선물환 포지션도 큰 폭 변화
보고서는 한국은행의 선물환 순매수 포지션 변화도 함께 언급했다.
한국은행의 선물환 순매수 규모는 2024년 12월 170억 달러에서 2025년 5월 31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가 이후 대부분 정리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13억 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물시장 개입과 함께 선물환 시장에서도 환율 안정을 위한 다양한 대응이 병행됐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 국민연금도 환율 안정 지원 가능성
미 재무부는 국민연금 역시 정부의 환율 안정 정책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는 국민연금이 한국은행과의 통화스와프를 활용하는 동시에 보유하고 있던 달러 자산을 매도하면서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환헤지 확대와 외화 운용 방식이 외환시장 안정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연합뉴스 제공]
▲ 미국 "환율조작은 없었다" 평가
미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국가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한국 역시 환율조작국 지정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외환시장 개입도 급격한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됐다.
▲ 중국에는 투명성 문제 재차 지적
다만 미국은 중국의 환율 정책에 대해서는 경계감을 유지했다.
재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지만, 주요 교역국 가운데 중국의 환율 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투명성이 여전히 가장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중국 당국이 위안화 절상을 막기 위해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시장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확인될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
▲ 외환시장 안정과 정책 투명성 모두 중요 과제로
이번 보고서는 한국의 대규모 외환시장 개입이 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요 교역국들의 환율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환율 급변 시 시장 안정 조치는 불가피할 수 있지만, 외환시장 개입의 투명성과 정책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국제사회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는 데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