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DUV 노광장비 생산에 속도를 내면서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장비의 국산화에 접근하고 있지만, 세계 최강자인 ASML과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중국의 DUV 장비가 실제 양산 현장에서 어느 수준의 성능과 수율을 확보했는지가 향후 경쟁 구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혔다. 장비를 개발하는 것과 글로벌 반도체 업체가 요구하는 정밀도·안정성·생산성을 갖춰 대규모 양산에 투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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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UV 국산화 속도 높이는 중국
중국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노광장비를 비롯한 핵심 반도체 장비의 자립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DUV는 EUV보다 한 세대 낮은 기술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다양한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핵심 장비였다.
중국이 DUV 장비 생산을 확대할 경우 미국과 동맹국의 장비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의 생산 기반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단순한 장비 국산화를 넘어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전략과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중국산 장비가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ASML 장비를 대체할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핵심은 ‘생산’보다 정밀도·수율
노광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얼마나 정밀하고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했다. 장비 한 대를 제작하는 것보다 반복적인 공정에서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고 불량률을 낮추는 것이 훨씬 어려운 기술 영역이었다.
전문가들이 중국이 ASML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3~4년가량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비의 외형적인 국산화나 시제품 생산만으로는 글로벌 선두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의미 있게 좁혔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었다.
특히 광학계와 정밀 제어, 광원,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부품과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하는 노광장비의 특성상 개별 기술 하나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다.
▲ 특허 침해 가능성도 변수
중국의 노광장비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기술 자체의 경쟁력뿐 아니라 지식재산권 문제도 변수로 부상했다. 글로벌 선두업체가 장기간 축적한 특허와 설계 기술을 중국 업체들이 어느 범위까지 활용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특허 침해가 현실화할 경우 기술 개발 경쟁이 법적 분쟁으로 번질 수 있고, 이는 중국 장비업체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반도체 장비는 핵심 기술의 특허 포트폴리오가 촘촘하게 구축된 분야인 만큼 후발주자의 추격 과정에서 지식재산권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중국의 DUV 국산화 성과를 평가할 때 단순히 장비 생산 여부만 볼 것이 아니라 독자 기술 확보 수준과 특허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 EUV 추격은 차원이 다른 난제
중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DUV를 넘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까지 확보하는 데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EUV는 DUV보다 기술적 난도가 크게 높아 중국이 단기간에 상용화 수준에 도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EUV 장비는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기 위해 극도로 정밀한 광학 기술과 광원, 진공 시스템, 반사경, 정밀 스테이지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을 동시에 요구했다. 어느 한 분야에서만 기술력을 확보한다고 해서 완성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니었다.
전문가들이 중국의 EUV 개발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DUV에서 성과를 거두는 것과 EUV를 실제 양산공정에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기술적 장벽이 존재했다.
▲ ‘ASML 독주’ 흔들어도 추격에는 시간 필요
중국의 DUV 국산화 진전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ASML의 독점적 지위에 장기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변수였다. 중국이 자체 장비 생태계를 구축할수록 서방의 수출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일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간에 ASML의 기술력을 따라잡거나 EUV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중국의 도전은 ‘ASML을 곧바로 대체한다’기보다는 DUV를 시작으로 핵심 장비의 자립 기반을 넓혀가는 장기전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었다.
결국 중국의 반도체 장비 굴기는 미국의 수출 통제에 대한 대응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기술 패권 경쟁의 새로운 전선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컸다. 향후 관건은 중국이 DUV 장비의 양산성과 신뢰성을 얼마나 빠르게 끌어올리고, 특허 장벽을 넘어 독자적인 EUV 기술 생태계까지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