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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고 친’ 특징주 기사…600만 계좌 흔든 86억 선행매매

특징주 기사를 미리 짜고 주식을 선행매수한 뒤 보도 직후 주가가 오르면 팔아치우는 불공정거래가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사와 현직 기자들이 결탁해 약 4년 8개월 동안 1천800여건의 기사를 이용했고, 이들이 챙긴 부당이득만 85억5천만원에 달했다.

특히 관련 기사 배포 직후 실제 거래가 발생한 계좌가 614만개를 넘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이 일부 투자자에 국한된 불법행위를 넘어 시장 전체의 가격 형성 과정과 투자자 신뢰를 흔든 사안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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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생산부터 매매까지 치밀하게 짜인 구조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기사를 이용해 주식을 사고판 것이 아니라 종목 선정과 기사 작성, 송고, 매매가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됐다는 데 있었다.

회계사인 유사투자자문업체 대표 A씨는 거래량이 적거나 주가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와 테마주를 골라 직접 기사 초안을 작성했다. 이후 포섭한 기자들이 이를 현직 기자의 기사처럼 송고하도록 했다.

범행 일당은 기사가 시장에 노출되기 전에 해당 종목을 미리 사들인 뒤 자극적인 제목 등을 활용해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끌어내고,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방식으로 차익을 실현했다.

결국 언론 보도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전에 주식을 매수한 세력이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구로 변질된 셈이었다.

▲ ‘특징주’라는 이름 뒤에 숨은 정보 비대칭

특징주 기사는 통상 시장에서 주목받는 종목의 재료와 주가 움직임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기사 자체가 주가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다.

일반 투자자들은 기사에 담긴 내용을 새로운 정보로 받아들여 매매에 나서지만, 범행 세력은 이미 기사 작성과 배포 일정을 알고 주식을 확보한 상태였다. 투자자와 범행 세력 사이에 극심한 정보 비대칭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특히 A씨가 투자자들의 매수세를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기사 제목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은 이들이 기사 내용뿐 아니라 시장 반응 자체를 의도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을 보여줬다.

▲ 614만 계좌 거래…시장 전체로 번진 파장

금융당국이 확인한 거래 계좌가 614만개를 넘어섰다는 점은 이번 사건의 파장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모든 거래가 범행 피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대규모 계좌에서 기사 배포 직후 거래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특정 기사 하나가 다수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거래량이 적은 중소형주나 테마주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수세에도 주가가 크게 움직일 수 있어 선행매매 세력이 기사라는 매개체를 이용할 경우 가격 왜곡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결국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에서 정보의 신뢰성이 무너질 경우 개인투자자의 판단 자체가 불공정한 게임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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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1명까지 가담…‘기사 이용 선행매매’의 민낯

이번 수사는 조직적인 범행뿐 아니라 기자 개인이 자신의 기사를 이용해 선행매매를 한 사례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별도로 기소된 B 기자는 자신이 작성한 특징주 기사가 보도되기 직전 해당 종목을 매수한 뒤 보도 이후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하는 수법으로 340건의 기사를 이용해 약 7억4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기사 작성자가 자신의 보도를 시장에 내보내기 전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점에서 언론의 공적 기능과 자본시장 공정성을 동시에 훼손한 행위였다.

특히 차명계좌까지 동원해 금융당국의 추적을 피하려 했다는 점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범죄수익을 은닉하기 위한 후속 행위까지 이어졌음을 보여줬다.

▲ 현금 전달·부동산 처분…범죄수익 은닉까지 치밀

범행은 기사 작성과 주식 매매에서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기사 배포 대가로 기자들에게 거액을 지급하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건네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게 하거나 헬스장 사물함에 현금을 넣어두는 방식까지 활용했다.

기사 1건당 3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기자들을 포섭했고, 일부 기자에게는 각각 1억5천만원과 1억6천만원, 2천800만원이 지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압수수색 이후에는 부동산을 처분해 추징보전명령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나타났다. 검찰이 계좌 흐름을 추적해 매도 대금으로 새롭게 취득한 부동산을 찾아내 추가 추징보전에 나선 것은 범죄수익 환수 역시 이번 수사의 핵심 축이 됐음을 보여줬다.

▲ ‘기사 신뢰’ 무너지면 자본시장 신뢰도 흔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가를 조작했다는 사실만이 아니었다. 시장 참여자가 신뢰해야 할 정보 생산 과정 자체가 거래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데 있었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되는 정보가 객관적인 취재 결과가 아니라 특정 세력의 매매 목적에 따라 만들어졌다면 투자자는 기사의 진위를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정상적인 투자자까지 왜곡된 정보에 노출되면서 시장 전체의 효율성과 신뢰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 투자정보가 실시간으로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기사 한 건이 단시간에 대규모 투자자의 매매를 유발할 수 있어 이 같은 범행의 파급력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 불공정거래 차단 넘어 ‘정보 생산 과정’ 감시해야

이번 사건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감시체계가 단순한 주식계좌 추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보여줬다.

기사 작성자와 종목 매매 시점, 기사 송고 직전의 계좌 움직임, 특정 종목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징주 기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선행매매를 신속하게 포착할 수 있다.

특히 기사 작성과 매매 사이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우를 사전에 걸러내는 언론사 내부 통제와 금융당국의 시장감시 체계 강화가 동시에 요구됐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서 텔레그램 대화내역과 계좌거래내역을 정밀 분석하고 범죄수익 환수에 나선 것도 범행 구조와 자금 흐름을 함께 추적해야 실질적인 시장 교란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은 특징주 기사 한 줄이 투자자의 판단을 움직이는 만큼 그 정보를 만드는 과정 역시 자본시장 공정성의 일부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해서는 주가 조작 세력뿐 아니라 시장에 유통되는 정보의 생산·전달 과정까지 촘촘하게 들여다보는 제도적 대응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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