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위협 카드를 꺼내 들며 긴장을 고조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벨라루스에서 만나 회담하기로 했다.
타스·스푸트니크 등 외신에 따르면 양측 대표단은 27일(현지시간) 오후 벨라루스 고멜 지역에서 회담을 개시하기로 했으나, 하루를 넘긴 28일에야 회담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벨라루스 정치 전문가 유리 보스크레센스키는 리아보노스티 통신에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폴란드를 거쳐 벨라루스로 오고 있어 시간이 걸린다"면서 "회담이 28일 아침에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신변 위험 때문에 고멜을 경유해 곧바로 회담장으로 가지 않고, 폴란드를 거쳐 (벨라루스 서남부 도시) 브레스트 인근의 폴란드 국경검문소를 통해 벨라루스로 입국할 것이라고 전했다.
세르게이 니코포로프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공보비서도 27일 밤 "양측 대표단의 회담이 몇 시간 동안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니코포로프는 "매우 복잡한 보안 조치 때문에 회담이 지연되고 있다"며 "회담의 의제는 평화이며, 회담은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를 합의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우크라이나 내무부 보좌관은 이날 오후 양측의 회담이 개시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이 양측 대표단이 회담 장소에 도착했으나 회담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회담 개시 여부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협상 장소를 놓고도 갈등을 빚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위해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에 도착했고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우크라이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은 협상 장소가 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현지 매체는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스위스 제네바에서의 평화 협상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북쪽으로 접경한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매우 밀착한 국가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에 합동 훈련을 명분으로 접경 지역에 군대를 주둔한 뒤 이 병력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평화협상은 기꺼이 하겠지만, 지금으로선 벨라루스는 안된다. 벨라루스는 침략의 교두보였다"며 거부했었다.
그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통화한 후 벨라루스에서 회담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공개한 3분 2초 분량의 대국민 연설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통화한 후 회담에 동의했다"며 "그와의 통화는 매우 실질적이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의 결과를 믿지 않지만, 대표단에 시도해 보라고 했다"며 "전쟁을 끝낼 기회가 있다면 회담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듣기 위해 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회담이 평화로 마무리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협상을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영토는 단 1인치도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밝혔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를 일컫는다.
AP통신은 핵무기의 발사 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이 같은 지시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현 위기가 의도된 것이든 실수든 핵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공포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