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국가를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23일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선 수준을 합의할 전망이며 배럴당 약 60달러로 설정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대사들이 모여 러시아 유가 상한선 수준을 합의할 예정이다. 현재 유력한 상한선은 배럴당 60달러 안팎이지만 70달러까지 높게 책정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유가 상한선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제재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모임에서는 EU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합의해야 해 결정이 더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G7은 EU의 상한선 합의 이후 곧 한도를 승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호주도 EU의 결정을 따를 예정이다. G7국가와 호주는 이번 가을 세부 사항을 마련해 다음 달 5일부터 가격 상한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강경하게 추진한 이 계획의 목표는 유가 급등을 피하면서 러시아 에너지 수출 수익을 줄이는 것이다.
이러한 유가 상한선 책정은 러시아의 원유판매수익이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 합의에 따라 G7, EU 및 호주는 석유가 유가 상한선 이하로 판매되지 않는 한 러시아 원유 선적에 대한 해상 보험, 금융 및 해상 운송 서비스가 금지된다.
G7과 EU 국가들이 해상 보험과 운송 등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지녀 러시아 원유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다
상한선에 대한 논의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를 포함한 많은 국가에서 생산비보다 훨씬 더 낮은 상한선을 요구해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폴란드는 생산 원가에 가까운 배럴당 20달러를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상한 가격을 한계 생산비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경제 보좌관인 올레그 유스텐코는 “유가 상한선을 60달러, 65달러로 도입한다면 동맹국의 관점에서 보면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한계 생산 비용인 가능한 낮은 가격이 낫다.”고 말했다.
또한 대규모 해양 산업을 보유한 그리스, 몰타 및 키프로스는 유가 상한선을 추진하기 위한 EU의 타협에 아직 합의하지 않았다.
미국은 상한선을 설정하더라도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원유를 계속 판매하도록 유인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높게 설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러시아는 배럴당 60달러로는 원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상한선을 설정해야 하는 기준으로 배럴당 평균 약 65달러인 전쟁 전 러시아의 유가를 설정했다.
유가의 지표로 쓰이는 브렌트유 거래가 22일에 배럴당 약 88달러인 반면, 레피니티브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원유는 최근 브렌트유보다 낮은 배럴당 약 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트레이더와 애널리스트들은 러시아산 원유의 평균 할인 폭이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가격 상한제 시행을 비교적 완화하기 위해 유가 상한선을 위반하는 선박이 중개 또는 보험과 같은 EU 원유 서비스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계획을 EU에 수정하도록 촉구했다. 미국 관리들은 EU의 계획이 화주들에게 러시아산 원유를 운반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과 EU 회원국 관리들의 합의에 따라 선박에 대한 금지 조치는 90일 동안 지속된다.
22일 미 재무부는 가격 상한선을 준수하기 위한 지침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가격 상한선을 위반하는 러시아 원유 선적에 고의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만 처벌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침에는 또한 상한선의 가격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됐다.
미 재무부 고위 관계자는 서방 국가들이 상한선에 대한 변경을 고려할 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것이며 분기 또는 반기마다 변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방은 또한 내년 2월 5일에 러시아 원유 제품에 대해 두 가지 다른 가격 상한선을 설정할 계획이다.
러시아 관리들은 유가 상한선을 시행하면 원 판매를 거부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러한 위협을 허풍으로 보고 있다.
옐런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오일 공급을 중단하고 국제 유가를 올리면 미국이 전략적 비축유에서 더 많은 돈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유가 상한제 협상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한 목표는 러시아 원유의 가격 상승을 막아서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원유를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서방 동맹국들이 유가 상한선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12월 5일부터 러시아 원유 운송에 대한 금융 및 보험을 완전히 금지하는 EU 제재로 대체된다.
미국 관리들은 원래의 EU 제재가 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원유를 차단하고 에너지 가격을 더 높이게 할 것을 우려하여 그 날짜까지 가격 상한선이 적용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