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영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주요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강제노동 관련 무역 관행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향후 추가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글로벌 무역 갈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60개 무역 파트너 대상 강제노동 조사
1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2일 저녁 발표한 자료에서 무역법 301조(Section 301)에 근거해 약 60개 무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의 핵심은 각국이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는지 여부다.
조사 대상에는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포함됐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는 이번 조사가 강제노동 근절 실패가 미국 노동자와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트럼프 관세 정책 유지 위한 전략
이번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이용해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한 조치 중 상당 부분이 불법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행정부는 기존 관세 정책을 유지할 새로운 법적 근거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법 301조는 특정 국가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준다고 판단될 경우 일방적인 관세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강력한 통상 수단으로 평가된다.
▲ 10% 임시 관세 이후 추가 조치 준비
대법원 판결 직후 미국 정부는 기존 관세를 대체하기 위해 거의 모든 무역 파트너에 대해 10%의 일괄 관세를 부과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를 가능하게 한 법률은 관세 유지 기간을 최대 150일로 제한하고 있어 장기적인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어 대표는 새로운 조사 결과를 이 임시 관세가 만료되기 전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 중국 넘어 동맹국까지 조사 확대
이번 강제노동 관련 조사는 기존 무역 조사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미국 정부는 이번 주 초 제조업 분야의 과잉 생산과 공급 문제를 조사하는 무역 조사를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영국과 캐나다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반면 이번 강제노동 조사는 60개국 이상을 대상으로 확대되면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도 직접적인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 신장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압박
미국은 이미 강제노동과 관련된 강력한 수입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과 관련해서는 강제노동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에서 강제노동을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해 왔지만 중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조사 역시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서 강제노동 관련 규정을 강화하려는 정책 방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UPI/연합뉴스 제공]
▲ 디지털 무역·의약품 가격 등 추가 조사 예고
미국 정부는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무역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그리어 대표는 향후 조사 대상에 디지털 서비스 무역과 의약품 가격 정책도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 규제나 의약품 가격 정책 등 다양한 통상 이슈로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일련의 조치가 궁극적으로 대법원 판결 이전 수준의 관세 정책을 사실상 복원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결국 미국이 강제노동 문제를 통상 정책과 결합하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은 다시 관세 중심의 보호무역 기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