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IEA “연료 비축 경쟁 자제해야”…공급 위기 심화 우려

장선희 기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각국에 석유 및 연료 사재기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5일(현지 시각)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 폐쇄가 지속될 경우 공급 부족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모든 국가가 수출 금지나 제한 조치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비롤 총장은 현재 글로벌 석유 시장이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특정 국가의 수출 제한은 무역 파트너와 동맹국, 이웃 국가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주요 정유 시설을 보유한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 통제를 지속할 경우 아시아 시장에 미칠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치명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중·미 등 주요국 비축량 증가… IEA 시장 안정화 노력 '무색'

IEA의 경고는 사실상 중국과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전쟁 발발 이후 가솔린, 디젤, 항공유의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일한 주요국이며, 미국 역시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서면서 정제 연료 수출 금지설이 돌고 있다.

비롤 총장은 일부 국가가 에너지 비축에 나서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전략 비축유 4억 배럴을 방출하기로 한 IEA의 공조 노력이 퇴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국의 재고는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며, 중국의 육상 원유 비축량 역시 4월에 약 13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등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모습이 절실한 시점이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호르무즈 폐쇄 장기화 시 4월 공급 손실 '2배' 급증 전망

에너지 위기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연료 배급제와 노동 시간 단축을 시행 중이다.

유럽은 아직 물리적인 항공유나 디젤 부족 현상은 없으나, 중동발 공급 중단이 계속된다면 수주 내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

특히 비롤 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지 않을 경우, 4월 한 달 동안 잃게 될 원유와 정제 제품의 양이 3월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5분의 1이 지나는 이 수로가 이란의 위협으로 봉쇄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 72개 에너지 시설 파손…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재편 가속화

이번 분쟁이 종결되더라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지역의 유전, 파이프라인, 정유소 등 주요 에너지 자산 72곳이 피해를 입었으며, 그중 3분의 1은 심각하거나 매우 심각하게 파손된 상태다.

비롤 총장은 이번 위기가 1970년대 오일쇼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처럼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다시 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원자력 발전의 부활, 전기차 및 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를 예측하는 한편, 신뢰할 수 있는 공급원으로 평가받던 가스 산업은 이번 위기로 인해 명성을 되찾기 위한 힘겨운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IEA “연료 비축 경쟁 자제해야”…공급 위기 심화 우려 : 글로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