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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협상 무산 위기 속 원유 가격 2.8% 급등

윤근일 기자
미국·이란 협상 무산 위기 속 원유 가격 2.8% 급등
©연합뉴스

 

국제 원유 가격이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협상 무산 가능성이 고조됨에 따라 이틀 연속 급등하며 배럴당 90달러선을 상회했다. 양국 지도부의 강경 발언과 협상단의 현지 파견 보류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공급 불안이 극에 달한 모습이다. 휴전 시한을 앞두고 고조된 지정학적 위기는 글로벌 에너지 안보와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국제 유가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과 외교적 교착 상태가 맞물리며 폭발적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시간 2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52달러(2.81%) 상승한 배럴당 92.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날 기록한 6.87%의 폭등세에 이은 2거래일 연속 강세로,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는 공급 부족 공포가 가격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뉴욕 시장 개장 직후부터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유가는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한때 배럴당 94.45달러까지 치솟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노출했다.

▲ 지정학적 긴장 고조에 따른 국제 유가 변동성 확대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장 초반 진행된 CNBC와의 인터뷰에서 휴전 연장 가능성에 대해 단호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결렬 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협상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폭격이 예상된다는 발언과 함께 미국 군이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위협하며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최고 통수권자의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 실제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어 유가 상승의 촉매제가 되었다.

이란 측 역시 미국의 태도 변화 없이는 추가 협상에 임하지 않겠다는 미온적인 반응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현재까지 어떠한 최종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음을 확인하면서, 협상 지연의 원인을 미국의 모순된 메시지와 일관성 없는 행보 탓으로 돌렸다. 이란은 미국의 조치들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대화의 문을 닫아거는 형국이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아타울라 타라르 정보방송부 장관은 이슬라마바드 평화 협상과 관련해 이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으나,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극명해 중재 노력이 결실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대치 및 협상 중단 정황

외교적 해결 기대를 꺾는 구체적인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주요 외신인 악시오스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협상단을 이끌 예정이었던 JD 밴스 부통령의 파키스탄 방문이 잠정 보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란이 미국의 협상 제안에 대해 응답하지 않은 것에 따른 조치로, 사실상 고위급 회담이 동력을 상실했음을 의미한다. 밴스 부통령뿐만 아니라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등 핵심 관계자들도 여전히 미국 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휴전 시한을 앞두고 극적인 타결을 기대했던 시장의 희망은 급격히 소멸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 우려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등 주요 원유 수송로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물리적인 공급 차질에 대한 대비가 시급해진 상황이다. 특히 휴전 시한이 임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양국의 적대적 행위가 중단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원유 트레이더들은 위험 프리미엄을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유가 상승이 단순한 심리적 요인을 넘어 실제 공급망 붕괴 가능성을 선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 에너지 공급 충격 장기화 전망과 시장 대응 방향

에너지 전문가들은 설령 단기적인 평화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시장의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의 사드 라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공급 충격의 규모가 시장이 소화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평화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막혔던 공급망이 즉각적으로 복구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이는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이어져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정책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국제 유가의 향방은 미국과 이란의 막판 극적 타협 여부에 달려 있으나, 현재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에서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자산 가치 하락에 대비하며 안전 자산으로의 이동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원유 시장의 수급 불안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산업군을 중심으로 비상 경영 체제 돌입이 불가피해 보인다. 앞으로 발표될 양국의 공식 성명과 협상단의 움직임에 전 세계 경제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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