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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6·25 전사자 군인보상금 소멸시효 '유족 인지 시점'으로 변경 판단

음영태 기자
대법, 6·25 전사자 군인보상금 소멸시효 '유족 인지 시점'으로 변경 판단
©연합뉴스

 

대법원이 6·25 전쟁 전사자에 대한 사망급여금 소멸시효 기산점을 유족이 사망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한 때로 변경 판단했다. 이는 1955년 개정된 관련 규정의 취지를 반영한 결정으로, 기존 1·2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군인사망보상금 청구권 행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유족의 권리 보호를 강화하는 취지이다.

대법원이 6·25 전쟁 전사자에 대한 사망급여금 소멸시효 기산점을 유족이 사망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지한 시점으로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지난달 2일 A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 불가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이 판결은 과거 전쟁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소멸시효 적용의 합리성을 재정립하는 의미를 지닌다. 유족에게 불합리했던 기존 해석을 바로잡아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정의를 구현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B씨는 6·25 전쟁 중인 1950년 8월 6일 사망했으나, 당시에는 실종으로 처리되었다. 그의 유족은 집안 어른들의 권유에 따라 1963년 1월 3일 B씨에 대한 사망 신고를 진행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1998년 3월에야 육군본부는 B씨 사망을 '전사'로 최종 결정했다. 전사 결정 이후에도 유족의 권리 행사는 쉽지 않았다.

A씨는 2022년 7월 부친 B씨에 관한 군인사망급여금 지급을 국군재정관리단에 청구했다. 그러나 국군재정관리단은 망인의 사망일로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이에 불복하여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과 2심 법원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국군재정관리단의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다. 하급심은 사망신고가 이루어진 1963년 또는 늦어도 육군의 전사 결정이 내려진 1998년 무렵에는 유족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소송의 핵심 쟁점은 1950년 사망한 B씨에게 1955년 개정된 관련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1951년 2월 제정된 군인사망급여금 규정은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5년 이내' 청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1955년 9월 해당 규정은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 청구해야 한다고 변경되었다. 이 개정은 전쟁 상황에서 유족이 사망 사실을 알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해석된다.

대법원은 해당 규정의 개정 취지를 면밀히 검토하여 B씨에게 개정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6·25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전사한 경우, 국가가 사망통지서 등을 통해 사망 사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으면 유족은 사망 여부나 사유를 알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급사유 발생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거나 불합리하다는 것이 대법원의 해석이다. 이는 법적 안정성보다 실질적 정의를 우선하는 관점을 보여준다.

대법원은 "이런 개정은 불평등 등을 시정하려는 반성적 고려의 결과"라고 설명하며, "이로써 군인사망급여금 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은 유족이 국가로부터 사망통지서를 받아 지급사유 발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게 된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법규가 현실의 변화와 불합리를 반영하여 진화해야 한다는 법철학적 관점을 담고 있다. 개정 규정 시행 당시 청구권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면 개정 규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셈이다.

B씨의 유족은 개정 규정이 시행된 1955년 9월까지 B씨의 사망 여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사망통지서를 받은 날'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다. 이로써 유족의 권리 행사에 대한 합리적인 기대 가능성이 법적 판단의 중요 요소로 부각되었다. 이는 군인사망보상금 관련 소송에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원심은 개정 규정이 적용됨을 간과한 채 원고가 망인의 사망통지서를 받았거나 지급 사유가 발생한 사실을 알 수 있게 된 때가 언제인지에 관해 심리하지 않고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하급심이 법률 해석의 핵심 쟁점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절차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서울고법은 A씨가 부친의 사망통지서를 받는 등 방법으로 사망 여부를 알게 된 시점을 소멸시효(5년)의 기산점으로 삼아 그 완성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6·25 전사자 유족들의 군인사망보상금 청구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가능성이 있다. 법치주의 원칙 하에 과거의 불합리성을 시정하려는 사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법원 판단이 소멸시효 제도의 본질적인 법적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소멸시효는 법률관계의 조속한 확정과 안정성을 도모하는 중요한 법적 장치이다. 유족의 사망 인지 시점이라는 다소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기준은 향후 유사 소송에서 법적 분쟁의 복잡성을 가중시키고 예측 가능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시장 질서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다.

다만, 대법원은 6·25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규정 개정의 반성적 취지를 명확히 고려한 제한적 판단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모든 소멸시효 사건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기보다는 개별 사안의 특수성이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향후 서울고법의 심리 결과가 주목되며, 유사 사례에 대한 법원의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 더욱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법적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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