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헌신한 프랑스 참전용사 2명과 유족 1명이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됐다. 앙드레 다샤리 씨와 자크 그리졸레 씨, 그리고 니콜 베나르 여사는 생전의 유지를 받들어 전우와 남편이 잠든 한국 땅에서 영원한 휴식에 들어갔다. 이번 안장식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이 가진 국제적 위상과 참전국과의 혈맹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는 27일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전용사 묘역에서 프랑스 참전용사 앙드레 다샤리 씨와 자크 그리졸레 씨의 안장식을 엄수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정부와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의 예우 속에 거행되었으며, 고인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는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안장된 영웅들은 정전 이후에도 한국의 재건 과정을 기록하거나 생전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내며 양국 우호의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앙드레 다샤리 참전용사는 공학도로서의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이었으나 한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자원입대를 선택한 인물이다. 그는 1932년생으로 1953년 3월 부산에 도착한 이후 정전협정이 체결된 그해 7월까지 최전선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정전 이후에도 1954년 8월까지 한반도에 머물며 전후 복구 현장을 지켰고, 고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참전용사협회 활동에 매진하며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다샤리 씨는 프랑스로 귀국한 이후 전쟁의 포화가 멎은 한국 사회의 모습과 재건 과정을 사진과 단편 영화로 기록하는 데 여생을 바쳤다. 그가 남긴 기록물들은 파리 한국문화원을 비롯한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전시되어 한국의 발전상과 재건 노력을 유럽 사회에 알리는 핵심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공로는 단순한 참전을 넘어 문화적 기록을 통해 양국의 역사적 유대감을 공고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28년생인 자크 그리졸레 참전용사는 1951년부터 1953년까지 두 차례나 한국에 파병되어 최전방의 험지에서 복무했다. 그는 생전 강원도 양구 일대에서 벌어진 '단장의 능선 전투'를 가장 치열했던 기억으로 회상하며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증언해 왔다. 그리졸레 씨는 생전에 "우리는 한국을 잊지 않고, 한국은 우리를 잊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며 대한민국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표현했다.
이날 안장식에서는 프랑스 참전용사 레몽 베나르 씨의 부인인 니콜 베나르 여사의 합장식도 함께 거행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니콜 여사는 2015년 남편이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이후 2023년까지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한국을 방문해 남편의 묘역을 참배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그녀는 남편 곁에 잠들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으며, 이에 따라 9년 만에 남편과 한국 땅에서 재회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참전용사 사후 안장이 늘어남에 따라 묘역 관리와 예우 예산의 효율적 집행에 대한 정책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령화된 참전용사들의 사후 안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국제법적 지위와 국내 행정 절차 간의 조율이 더욱 정교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전용사들에 대한 최고의 예우는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 핵심적 요소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서정인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공원에서 참전용사와 가족들이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최고의 예우를 갖춰 모시겠다"고 강조했다. 관리처는 향후에도 안장된 영웅들의 기록을 보존하고 유가족들과의 유대를 강화하여 이곳을 국제적 평화 성지로 가꾸어 나갈 방침이다. 참전용사들의 안장은 단순한 장례 절차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결속했던 국제적 연대를 영구히 보존하는 역사적 과정이다.
앞으로도 정부와 관련 기관은 해외 참전용사들의 유해 봉환 및 안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보훈 외교의 지평을 넓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참전용사 2세와 유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초청 사업과 교류 프로그램은 양국의 혈맹 관계를 미래 세대로 계승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이제 죽음조차 갈라놓지 못한 전우애와 부부애가 깃든 공간으로서 세계인의 기억 속에 각인될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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