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연구진이 인체에 유입된 미세플라스틱이 세포외소포체를 타고 혈액-뇌 장벽을 통과해 뇌 조직에 축적되는 기전을 규명했다. 폴리스티렌 나노플라스틱은 단독 입자일 때보다 세포외소포체에 담겼을 때 배출이 억제되고 뇌 손상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생체 내 운반 시스템을 이용해 뇌에 도달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우리 몸속에 들어온 나노플라스틱이 인체의 핵심 방어선인 혈액-뇌 장벽을 뚫고 뇌까지 도달하는 ‘숨은 이동 경로’가 부산대학교 연구진에 의해 드러났다.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안범수 교수와 분자생물학과 정의만 교수 연구팀은 폴리스티렌 나노플라스틱(PSNPs)이 세포외소포체(EVs)를 운반체로 삼아 뇌 조직 내 축적을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미세플라스틱의 뇌 유입 메커니즘을 생물학적 운반 시스템 관점에서 풀어낸 성과다.
연구팀은 나노플라스틱이 자유 입자 상태로 존재할 때보다 세포외소포체에 담겨 이동할 때 생체 내 위험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자유 입자 상태의 나노플라스틱은 세포 안으로 들어온 뒤 비교적 빠르게 배출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세포외소포체에 포함된 경우에는 배출되지 않고 혈관 내피세포 내에 지속적으로 축적됐다. 이러한 축적 양상은 결과적으로 외부 유해 물질의 뇌 유입을 막는 혈액-뇌 장벽의 손상을 악화시키는 핵심 원인이 됐다.
세포 간 물질 전달을 담당하는 세포외소포체가 역설적으로 유해 물질을 실어 나르는 위험한 트로이 목마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연구팀은 세포외소포체에 담긴 나노플라스틱이 혈관 내피세포 안에서 훨씬 더 오랜 기간 머물며 물리적인 손상과 생화학적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을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이물질을 넘어 생체 시스템을 교란하는 정교한 기전을 갖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물실험 결과에서도 세포외소포체는 나노플라스틱의 생체 내 이동성을 높이고 뇌 축적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실험용 쥐를 통해 세포외소포체가 나노플라스틱을 혈액에서 뇌 조직으로 실어 나르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그 위험성을 확인했다. 이러한 운반 시스템을 통한 이동은 기존에 알려진 단순 확산 방식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방식으로 뇌 건강을 위협한다.
이번 연구 성과는 환경 공학 및 독성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해저더스 머티리얼즈(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되며 연구의 공신력을 인정받았다. 부산대 미래지구환경연구소 김민재 박사후연구원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안범수 교수와 정의만 교수가 공동교신저자로서 연구를 주도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나노플라스틱의 인체 위해성 평가 기준을 재정립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안범수·정의만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나노플라스틱이 생체 운반 시스템을 통해 뇌에 도달하고 혈액-뇌 장벽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다양한 환경 유해물질의 장기 전달 경로와 독성을 추가로 규명해 인체 위해성 평가와 관련 규제 수립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데이터가 향후 미세플라스틱 저감 정책과 보건 가이드라인 수립의 핵심 근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구가 특정 종류의 플라스틱인 폴리스티렌에 국한되어 진행되었다는 점을 들어 모든 미세플라스틱에 일반화하기에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신중론을 제기한다. 플라스틱의 크기와 모양, 그리고 표면 전하에 따라 세포외소포체와의 결합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광범위한 후속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체 내 운반체를 통한 뇌 침투 경로를 명확히 짚어냈다는 사실 자체에는 이견이 없다.
향후 연구진은 나노플라스틱 외에도 다양한 환경 유해물질이 세포외소포체를 통해 인체 주요 장기로 전달되는 경로를 추적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는 미세플라스틱으로 인한 신경 퇴행성 질환이나 뇌 질환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류가 직면한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뇌 건강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만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규제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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