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EBS, 방송사 최초 'AI 콘텐츠 자문위' 가동으로 교육 방송의 신뢰성 강화와 기술 윤리 확립에 나선다

이성경 기자
EBS, 방송사 최초 'AI 콘텐츠 자문위' 가동으로 교육 방송의 신뢰성 강화와 기술 윤리 확립에 나선다
©연합뉴스

 

EBS가 인공지능(AI) 제작 콘텐츠의 교육적 가치 보존과 기술적 무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방송사 중 최초로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AI 콘텐츠 자문위원회'를 공식 출범했다. 이번 위원회는 AI 기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 왜곡과 저작권 침해 등 잠재적 위험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영 방송으로서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BS는 올해를 AI 전환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술 효율성과 공적 책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상설 검증 체계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EBS가 국내 방송 환경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의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콘텐츠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AI 콘텐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 이번 조치는 방송사 중 최초로 시도되는 외부 전문가 상설 검증 체계로,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수준을 넘어 생성형 AI가 초래할 수 있는 사회적·윤리적 부작용을 공적 영역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EBS는 2026년을 AI 전환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 등 다양한 AI 기반 제작물을 선보이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의 오류와 편향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는 학습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일반 상업 콘텐츠보다 엄격한 팩트 체크와 가치 중립성이 요구되기에 이러한 외부 검증 시스템 구축은 필연적인 선택으로 분석된다.

자문위원회는 인문학적 통찰과 기술적 전문성, 그리고 법률적 판단력을 고루 갖춘 각 분야의 권위자 5인으로 구성되어 다학제적인 검증을 실시한다. 위원장을 맡은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필두로 맹성현 태재대 기획부총장, 이교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구태언 변호사, 김경화 미디어인류학자가 참여하여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AI 콘텐츠를 정밀 진단한다. 이들은 AI가 생성한 텍스트와 영상이 인류 보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 점검하며, 기술적 구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알고리즘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인문학자와 미디어인류학자의 참여는 기술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문화적 맥락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기술 만능주의에 빠질 수 있는 제작 환경에 경종을 울리는 장치가 된다.

위원회는 AI 생성 콘텐츠가 직면한 3대 핵심 위험 요소인 역사적 사실 왜곡, 저작권 침해, 딥페이크 문제를 집중적으로 검증하며 콘텐츠의 품질을 관리한다. 역사 교육 콘텐츠에서 AI가 허구의 사실을 진실처럼 제시하는 환각 현상(Hallucination)은 공영 방송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또한 학습 데이터의 출처가 불분명하여 발생하는 저작권 분쟁은 법률적 리스크를 넘어 창작 생태계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구태언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의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예정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영상 제작 역시 초상권 보호와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해야만 시청자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원회의 주요 안건으로 다뤄진다.

자문위원회의 운영은 단발성 자문에 그치지 않고 내년 4월 30일까지 1년 동안 상시적인 체계로 유지되며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위원들은 분기별로 개별 리포트를 작성하여 제작 현장에 구체적인 개선 방향을 제시하고, 반기별로 열리는 전체 회의를 통해 AI 콘텐츠의 표준 가이드라인을 정립한다. 이러한 상시 검증 시스템은 제작 완료 후의 사후 심의가 아니라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부터 전문가의 의견이 반영되는 선제적 관리 모델을 지향한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도 방송의 공적 책무를 놓치지 않으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유열 EBS 사장은 이번 위원회 출범의 의미에 대해 "전문가들의 엄격한 검증 위에서 시청자가 믿고 볼 수 있는 AI 콘텐츠의 새로운 표준을 세워나가겠다"고 강조하며 공영 미디어의 역할을 재확인했다. 김 사장의 이러한 발언은 기술 경쟁력 확보라는 시장의 요구와 공정성 유지라는 방송의 본령 사이에서 균형을 잡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AI가 제작한 콘텐츠가 교육 현장에서 교재로 활용될 경우 그 파급력이 막대하기 때문에, 경영진 차원에서도 기술 도입의 효율성보다는 결과물의 무결성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향후 타 방송사들이 AI 기술을 도입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일종의 미디어 거버넌스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외부 자문 기구가 실제 제작 현장의 자율성을 위축시키거나 기술 혁신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의 검증 절차가 복잡해질 경우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 적시성을 잃을 수 있으며, 창작자의 직관보다는 데이터와 법률적 잣대가 우선시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AI 기술의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외부 위원회의 권고안이 실질적인 강제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계적 중립성에 치중하다 보면 AI 특유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시도가 가로막힐 수 있다는 점은 향후 위원회가 운영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BS의 이번 행보는 AI 시대에 미디어가 나아가야 할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기술은 도구일 뿐 그 안에 담기는 메시지의 진실성과 가치는 결국 인간의 판단과 책임 아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AI 자문위원회의 활동 결과는 향후 국내 방송 산업 전반의 AI 윤리 강령 제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시청자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유익한 디지털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토대가 될 전망이다. EBS는 이번 위원회 운영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AI 콘텐츠 제작의 표준 매뉴얼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공영 방송으로서의 독보적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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