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지상파 3사는 생성형 인공지능(AI)과 역대 최대 규모의 LED 디스플레이를 동원하여 유권자 시선 끌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KBS는 분석의 깊이를, MBC는 시각적 화려함을, SBS는 기술적 재치를 앞세워 각기 다른 보도 전략을 선보이며 시청률 확보에 나섰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실시된 3일 지상파 방송사들은 압도적인 그래픽 기술과 인공지능 역량을 총동원한 개표방송을 일제히 송출했다. 각 방송사는 유권자의 표심을 정확하게 분석하는 동시에 시각적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수십 미터 규모의 LED 벽면과 최신 AI 모델을 방송 전면에 배치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방송사의 기술적 위상을 증명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공영방송 KBS는 지상파 3사 중 가장 차분하고 정교한 분석 위주의 방송 기조를 유지하며 개표방송의 본질에 집중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야외에 마련된 특설무대인 'K존'과 메인 스튜디오의 'K룸'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입체적인 개표 상황을 전달했다. 특히 메인 스튜디오를 장식한 'K월'은 너비 30m, 높이 7m라는 역대 최대 규모로 설치되어 전국 표심의 흐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시각적 토대를 마련했다.
KBS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징성을 활용하여 박물관 중심의 거울못에 그래픽 깃발을 세우는 방식으로 판세를 중계했다. 각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그래픽 자산으로 활용하여 해당 지역의 투표 결과를 전달하는 등 전통과 현대 기술의 조화를 꾀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중량감 있는 정치 패널들을 섭외하여 출구조사 결과에 대한 심도 있는 비평을 제공했다.
MBC는 대규모 시각 장치와 생성형 AI 기술을 결합하여 영화적 몰입감을 주는 개표방송을 구현하는 데 주력했다. 가로 합계 33.7m, 높이 6.5m에 달하는 대형 LED 스크린과 선거 방송 최초의 정육면체형 LED인 '큐브M'을 도입하여 정보 가독성을 높였다. 생성형 AI가 제작한 카운트다운 영상인 '소녀, 그리고 우리'는 시네마틱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기법을 적용하여 현대사의 흐름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MBC는 유튜버와 방송인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출연진을 적극적으로 기용했다. '충주맨' 김선태와 과학 유튜버 궤도, 방송인 파비앙이 출연하여 지역별 정책의 필요성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설명하며 지방선거의 의미를 환기했다. 주요 격전지의 판세는 강렬한 증강현실(AR) 그래픽으로 구현되어 유권자들이 실시간 투표율과 예측 1위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파악하도록 도왔다.
SBS는 특유의 재기발랄한 그래픽 시스템인 '바이폰'을 통해 예능적 요소를 강화한 개표방송을 선보였다. 자사 히트 드라마 '모범택시'를 패러디한 '지선택시'를 비롯하여 '진격의 후보들'과 '초인을 찾아서' 등 위트 있는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시각적 재미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개표 중계 과정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젊은 층의 호응을 유도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SBS는 오픈AI의 챗GPT와 협업하여 GPT-5.5 기반의 'AI 상황실'을 운영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AI 상황실은 방대한 선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격전지의 관전 포인트와 당선 확정 예상 시간 등 고도화된 정보를 제공했다. 박지원 의원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거물급 정치인들의 토론을 배치하여 예능적 재미와 정치적 무게감 사이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방송사들의 이러한 기술 경쟁에 대해 일각에서는 선거의 본질보다 외형적 화려함에 치중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하다. 지나친 그래픽 효과와 예능화된 구성이 유권자로 하여금 정책의 실효성을 따지기보다 선거를 하나의 오락 콘텐츠로 소비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도 무결성을 유지하면서도 시청률을 확보해야 하는 방송사들의 고민이 기술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방송 업계의 한 전문가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기술과 데이터의 결합이 선거 방송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하다. 그는 이어 "AI와 대형 그래픽의 도입은 유권자의 이해를 돕는 도구로서 그 가치가 충분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정확성과 객관적인 분석력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술적 진보가 보도의 신뢰성을 담보할 때 비로소 개표방송의 진정한 가치가 실현된다는 해석이다.
향후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검증된 AI 기술과 그래픽 시스템을 더욱 고도화하여 차기 선거 방송에 적용할 전망이다. 데이터 분석의 정밀도를 높이고 시청자 참여형 콘텐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표방송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갈수록 화려해지는 기술의 향연 속에서 각 후보의 공약과 선거의 실질적 의미를 되새기는 냉철한 시각을 견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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