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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좌초' 1년 만에 강건호 항해시험 참관... 1만t급 구축함 건조 공식화

음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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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진수식 도중 좌초 사고를 냈던 신형 5천t급 구축함 '강건호'의 항해시험을 참관하며 해군 무력의 핵전쟁 억제력 역할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존에 언급했던 8천t급을 넘어서는 1만t급 신형 구축함 건조 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해군 현대화를 가속화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참관에는 딸 주애가 동행해 함선 운용 체계를 직접 살피는 등 북한의 해군력 강화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작전수행능력평가 시험공정에 착수한 해군 구축함 강건호를 방문해 종합지휘소와 전투근무공간의 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항해시험을 참관했다. 강건호는 지난해 5월 진수 과정에서 선체가 기울어지며 좌초했던 함선으로, 이번 항해시험 공개는 1년 만에 해당 함선의 정상 가동 능력을 입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함의 순항체제와 고속기동체제가 작전상 요구를 만족시킬 만큼 대단히 훌륭하다며 구축함 해병들의 함 운용능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해군 무력을 핵전쟁 억제력의 핵심 축으로 격상시키겠다는 북한의 전략적 의지는 이번 참관에서 더욱 명확해졌다. 김 위원장은 지상과 해상, 공중의 임의 공간에서 군사주권을 책임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강력한 군사력을 갖춰야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수중과 수상에서 적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집단을 육성하겠다는 노동당의 새로운 5개년 국방발전정책과 궤를 같이한다.

북한은 해군 현대화 계획에 따라 수중비밀병기 개발과 1만t급 대형 구축함 건조라는 고난도 과제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또 다른 5천t급 구축함인 최현호를 참관할 당시 8천t급 구축함을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배수량을 더 키운 1만t급 건조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한국 해군이 보유한 최신형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급의 배수량인 8천200t을 상회하는 규모로, 주변국 해군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 증강 목표를 상향 조정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한 전력 강화를 넘어 지역 내 전략적 위상을 확보하려는 중장기 비전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변국의 이지스함급에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비전 차원에서 외연을 순양함급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수중비밀병기가 핵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강건호는 과거 진수식 현장에서 김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좌초하며 북한 선박 건조 기술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혔던 함선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이를 심각한 중대 사고이자 범죄적 행위로 규정하며 관련 인원들을 엄중히 문책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은 사고 발생 불과 22일 만에 함선을 인양해 진수식을 강행했으나, 그동안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해당 함선의 선체 안정성과 내부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북한 매체가 공개한 사진에는 비 내리는 갑판 위에서 딸 주애가 김 위원장보다 앞서서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키며 함선 조종 계통을 살피는 장면이 포함됐다. 주애는 함교에서 김 위원장과 나란히 서서 함의 운용 체계를 점검하는 등 군사 지도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행보를 이어갔다. 김 위원장은 함선조종계통을 자국 실정에 맞게 개선하기 위한 중요 과업을 제시하며, 세계적인 함선건조공업의 발전 양상에 발맞춘 기술 고도화를 주문했다.

다만 북한의 1만t급 구축함 건조 선언이 실제 실전 배치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기술적, 경제적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형 구축함 건조에 필요한 특수강재 수급과 정밀 무장 체계의 통합은 북한의 현재 공업 수준에서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공개된 강건호의 항해 모습 역시 연출된 이미지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실제 작전 환경에서의 생존성과 전투 효율성은 여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다.

김 위원장은 함선 및 무기체계 연구 기관 관계자들에게 구축함 최현호와 강건호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해군에 취역시키라고 지시하며 전력화를 독촉했다. 북한은 올해 초 열린 9차 당대회에서 승인한 해군 현대화 5개년 계획을 관철하기 위해 향후 수중 및 수상 전력 확충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해군력을 핵 무력 체계와 결합하려는 북한의 시도는 한반도 주변 해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한층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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