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산청이 행정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문화유산 매매업 종사자 900여 명의 휴대전화 번호와 주소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누리집에 무방비로 노출하는 사고를 냈다. 유출된 정보는 약 1년 동안 공공에 노출되었으며, 고미술품 거래 관계자의 생년월일과 거주지 등 범죄에 악용될 수 있는 핵심 데이터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기관의 보안 관리 체계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나면서 관련 업계의 신뢰도 하락과 2차 피해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최근 누리집 정보공개 게시판에 게재된 '2024년 문화유산 매매 허가 현황' 첨부파일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포함된 사실을 인지하고 긴급 삭제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사태로 유출된 대상은 고미술품 거래 등 문화유산 매매업에 종사하는 관계자 900여 명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유출된 항목은 단순 성명을 넘어 연락처와 생년월일, 거주지 주소, 매매 현황 제출 여부 등 구체적인 신상 및 영업 정보를 포괄하고 있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
해당 정보는 지난해 7월 중순에 처음 게시된 이후 약 11개월 동안 아무런 제재 없이 일반에 공개되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파일 내용을 확인한 관계자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뒤늦게 유출 사실이 확인되는 등 국가유산청의 사후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가유산청은 민원 접수 즉시 해당 파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게시물을 삭제했으나, 이미 장기간 노출된 정보의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개인정보가 노출된 매매업자들은 보이스피싱이나 스팸 광고는 물론 고가품을 취급하는 직업 특성상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될 위험성에 직면했다. 특히 거주지 주소와 매매 현황이 결합된 정보는 고미술품 보유 현황을 추정할 수 있는 단서가 되어 도난이나 절도 등 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소지가 다분하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관리하는 공적 데이터가 오히려 범죄의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극심한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번 유출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내부 관리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약속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사실을 확인한 즉시 파일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게시물을 삭제했으며, 유출 경위 및 피해를 확인하기 위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게시자료 점검 절차를 전면 재검토하고 개인정보 보호 교육 및 내부 관리체계를 강화해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가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 투명성을 무리하게 강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방대한 행정 데이터를 관리하는 인력의 전문성 부족이나 단순 기재 오류가 국가 기관의 공신력을 실추시키는 구조적인 문제로 번졌다는 분석이다. 공공 데이터 개방이 확대되는 추세에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이중 검증 장치가 미비했다는 점은 법치 행정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뼈아픈 실책이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공공기관의 보안 불감증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보 주체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노출은 엄연한 법 위반 사항이며, 이에 따른 행정적 책무와 배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행정 업무의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시행착오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나, 900여 명이라는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면죄부를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가유산청은 현재 피해 당사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개별 통지하며 사태 수습에 주력하고 있으나 실추된 행정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향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징계나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열려 있어 기관 차원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보 보안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관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최우선의 가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전 부처의 공공 데이터 게시물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여 유사 사례를 방지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교육의 형식화를 탈피하고 실질적인 데이터 검증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등 기술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구제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가의 보호 의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