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EV)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추진해 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GM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는 테슬라와 포드, 리비안 등 주요 경쟁사들이 LFP 배터리 채택을 확대하는 흐름과는 다른 행보다.
업계에서는 GM의 선택이 향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 GM, LFP 대신 LMR 배터리로 방향 선회
11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GM 배터리 기술 책임자인 커트 켈티는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GM은 그동안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에서 2027년부터 LFP 배터리를 생산해 차세대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재 회사의 핵심 전략은 LMR 배터리 개발에 집중되는 분위기다.
켈티는 "LFP가 GM 배터리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LMR이 앞으로 GM의 주력 배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LMR, LFP와 가격은 비슷하지만 성능 우위
GM이 LMR 배터리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에너지 밀도 때문이다.
LMR 배터리는 미국 내 생산 기준으로 제조 원가가 LFP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동일한 무게와 크기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주행거리 확대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제공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행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GM은 LMR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켈티는 LMR을 "GM의 핵심 주력 기술(workhorse)"이라고 표현하며 향후 대규모 생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10년 넘게 개발한 차세대 배터리
GM은 LMR 기술 개발에 10년 이상 투자해 왔다.
경쟁사인 포드 역시 지난해 LMR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LMR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니켈과 코발트 등 고가의 핵심 광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 확보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만큼 이는 상당한 강점으로 평가된다.
다만 반복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성능 저하가 발생하는 등 기술적 과제가 남아 있어 대규모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 경쟁사들은 LFP 채택 확대
GM의 전략 변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주류 흐름과는 다소 다른 방향이다.
현재 중국 업체들이 주도한 LFP 배터리는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LFP는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안전성이 높으며 내구성이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특히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 경쟁 심화가 이어지면서 많은 업체들이 LFP를 비용 절감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테슬라와 포드, 리비안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보급형 전기차 모델에 LFP 배터리를 적용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고 있다.

GM[연합뉴스 제공]
▲ 중국 CATL 의존도도 변수
흥미로운 점은 GM 역시 최근 출시한 쉐보레 볼트(Bolt)에 중국 CATL의 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GM이 출시한 대부분의 전기차는 니켈 비중이 높은 고성능 배터리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보급형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CATL의 LFP 셀을 도입했다.
이는 GM이 자체 배터리 전략과 현실적인 시장 대응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 테네시 공장은 에너지 저장장치용 생산
GM은 당초 계획대로 테네시 공장에서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생산되는 배터리는 전기차가 아닌 에너지저장장치(ESS)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켈티는 이 공장에서 이달부터 LFP 셀 생산이 시작되지만 용도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GM이 LFP 기술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보다 ESS 분야에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전기차 시장, 배터리 기술 경쟁 본격화
이번 결정은 전기차 산업이 단순히 생산 규모 경쟁을 넘어 배터리 기술 경쟁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업계는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니켈 기반 배터리를 사용해 왔고, 이후 비용 절감을 위해 LFP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제는 LMR과 같은 차세대 배터리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공급망 자립 정책과 중국 의존도 축소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배터리 기술 선택이 단순한 성능 문제가 아닌 산업 전략 차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 성공 여부는 상용화 속도가 관건
다만 GM의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LMR 기술의 상용화가 계획대로 이뤄져야 한다.
현재까지 LMR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높은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대량 생산과 장기 내구성 검증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GM은 지난해 미국 내 공장에서 2028년부터 LMR 배터리를 상업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회사 측은 이번에도 일정 변경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개발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