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항소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부과한 10% 글로벌 관세를 당분간 계속 징수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관세의 적법성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미국 정부는 기존 관세 정책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에 중요한 절차적 승리를 안겨준 것으로 평가된다.
12일(현지 시각) AP 통신에 따르면 법원은 정부 측 주장이 최종 심리에서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며 관세 집행 중단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대법원 제동 이후 도입된 새로운 관세 정책
쟁점이 된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2월 도입한 전 세계 대상 10% 관세다.
앞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부과했던 광범위한 고율 관세에 제동을 건 바 있다.
이후 행정부는 보다 제한적인 형태의 새로운 관세 체계를 마련했고, 이를 근거로 현재의 10% 관세를 시행했다.
이번 관세는 1974년 무역법(Trade Act of 1974) 제122조를 근거로 발동됐으며 오는 7월 24일 만료될 예정이다.
▲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던 무역법 122조가 핵심 쟁점
무역법 122조는 대통령이 최대 150일 동안 15% 이하의 전 세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다만 해당 기간 이후 관세를 연장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이 조항은 과거 수입관세 부과의 근거로 활용된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률 해석에 따라 향후 미국 대통령의 무역 권한 범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Photo : [AFP/연합뉴스 제공])
▲ 무역적자가 '국제결제 문제'에 해당하는지 논란
법적 공방의 핵심은 무역법 122조가 규정한 '근본적인 국제결제 문제(Fundamental International Payments Problems)'의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해당 조항이 규정한 국제결제 문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적자는 미국이 해외에 판매하는 상품보다 수입하는 상품이 더 많은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원고 측은 단순한 무역적자가 법률상 국제결제 위기로 해석될 수 없으며, 이를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법률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 국제무역법원 "대통령 권한 남용" 판단
지난달 뉴욕 소재 국제무역법원(Court of International Trade)은 소규모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3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는 2대 1 의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관세 권한을 초과했다고 판단했다.
다수 의견은 해당 관세가 "무효(invalid)"이며 "법적 권한이 없는 조치(unauthorized by law)"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통령의 독자적 관세 부과 권한에 대해 상당한 제약을 가한 판결로 해석됐다.
▲ 대법원 최종 판단 가능성 높아져
이번 항소심 결정은 관세의 적법성을 최종 판단한 것이 아니라 본안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관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절차적 판단에 가깝다.
그러나 항소법원이 정부 측 승소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향후 본안 심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결국 연방대법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무역 권한과 의회의 통상정책 통제권 사이의 경계를 재정립하는 중대한 판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