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년간 남성의 가사노동 참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와 식사 준비, 가족 돌봄 등 전통적으로 여성 중심으로 여겨졌던 영역에서 남성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가사노동 분담 구조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23일 발표한 '2024년 국민시간이전계정(NTTA)'에 따르면 남성의 가사노동 생산 총액은 2019년 115조7천억원에서 2024년 156조6천억원으로 3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여성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369조7천억원에서 425조8천억원으로 15.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남성의 가사노동 확대 속도가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빨랐던 셈이다.

'가사노동 가치 통계' 국민시간이전계정 발표(Photo : [연합뉴스 제공])
▲ 여전히 여성이 가사노동 4분의 3 담당
그러나 가사노동 총량 기준으로 보면 성별 격차는 여전히 두드러졌다.
2024년 전체 가사노동 생산 규모는 582조4천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가운데 여성이 담당한 비중은 73.1%에 달했다.
2019년 여성 비중이 76.2%였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체 집안일의 약 4분의 3을 여성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남성의 가사 참여가 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의 중심축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 청소·요리 참여 늘어난 남성들
세부 항목별로 보면 남성들의 가사노동 참여 확대는 특히 가정관리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청소와 음식 준비 등을 포함한 '가정관리' 부문의 남성 생산 규모는 5년 전보다 43.6% 증가했다.
가족과 가구원 돌보기 역시 13.9% 늘어나면서 육아와 돌봄 영역에서도 남성들의 참여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성은 가정관리 부문이 20.6% 증가했지만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생산은 오히려 4.0%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대와 가사 분담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a941d34-d958-46a9-bb15-9812bbb2efa9(Photo : [AI 생성 이미지])
▲ 여성은 84세까지 집안일…노년에도 지속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노년기까지 이어진다는 점이다.
가사노동 생산과 소비의 차이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32세부터 가사노동 흑자를 기록하다가 44세 이후 적자로 전환했다.
반면 여성은 26세부터 흑자로 전환된 뒤 무려 84세가 돼서야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여성들이 결혼과 육아 시기를 넘어 노년기에도 배우자와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 여성의 가사 부담, 남성보다 최대 7.7배
가사노동 부담이 가장 큰 시기를 비교해도 성별 격차는 극명했다.
남성의 최대 가사노동 흑자는 38세에 250만원 수준이었지만 여성은 39세에 1천919만원에 달했다.
금액 기준으로 여성의 가사노동 부담이 남성보다 약 7.7배 큰 셈이다.
특히 여성의 가사노동 흑자 기간은 58년으로 남성의 12년보다 약 4.8배 길었다.
다만 5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의 흑자 기간은 늘어나고 여성은 감소하면서 격차가 소폭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 고령화가 만든 '노노 돌봄' 시대
고령화 현상은 가사노동 구조에도 새로운 변화를 만들고 있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가사노동 생산액은 최근 5년 동안 55.1% 증가했다.
이는 전체 평균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식사 준비와 청소 등 가정관리 부문은 55.9% 증가했으며 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 역시 34.3% 늘어났다.
데이터처는 고령층에서 1인 가구와 노부부 가구 비중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가사노동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황혼 육아도 증가세
노년층의 가사노동 확대는 손주 돌봄 증가와도 연결되고 있다.
65세 이상 계층의 미성년자 돌보기 생산은 21.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녀 세대의 만혼과 출산 연기로 인해 조부모 세대가 손주를 돌보는 '황혼 육아'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55∼64세가 손주 돌봄의 중심 연령대였지만 최근에는 65세 이상 고령층이 더 큰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만혼·출산 지연이 가사노동 구조 바꿔
결혼과 출산 시기가 늦어지면서 가사노동이 집중되는 연령대도 변화했다.
1인당 가사노동 생산 정점 연령은 2019년 37세에서 2024년 40세로 늦춰졌다.
또한 주요 가사노동 흑자 연령층은 기존 25∼44세에서 35∼54세로 이동했다.
이는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면서 육아와 돌봄 부담이 중장년층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