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슈퍼컴퓨터를 앞세워 세계 최고 성능 자리를 탈환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규제 속에서도 독자적인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성능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슈퍼컴퓨터를 둘러싼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 중국 '라인샤인', 세계 1위 슈퍼컴퓨터 등극
2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슈퍼컴퓨터 성능 순위인 '톱500(Top500)' 최신 발표에서 중국의 '라인샤인(LineShine)'이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로 선정됐다.
라인샤인은 미국 캘리포니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엘 캐피탄(El Capitan)'보다 약 22% 빠른 연산 성능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슈퍼컴퓨터는 대규모 과학 연구는 물론 기후 변화 예측과 신약 개발, 석유 탐사, 국방 분야 등 국가 전략 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된다.
▲ 중국, 2023년 불참 후 화려한 복귀
미국과 중국, 일본은 오랫동안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 자리를 놓고 경쟁해왔다.
중국은 2010년 처음 세계 1위를 차지한 이후 기술 경쟁을 이어왔지만 2023년부터 톱500 순위 발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이 이미 세계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를 보유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공식적인 성능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지난 4월 공개된 라인샤인이 공식 평가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기술력이 객관적으로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론 머스크의 xAI 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GPU 대신 자체 CPU 선택…독자 생태계 구축
라인샤인의 가장 큰 특징은 현재 세계 최고 성능 슈퍼컴퓨터 대부분이 사용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아니라 중국이 자체 개발한 중앙처리장치(CPU)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점이다.
메모리와 네트워크, 냉각 시스템 역시 자체 기술을 적용해 해외 기술 의존도를 최소화했다.
선전 국가슈퍼컴퓨팅센터는 이번 성과가 해외 기술 제약 속에서도 독립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구축한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 제재 속 이룬 성과
미국은 2015년부터 중국 슈퍼컴퓨터 개발 기업들의 인텔 반도체 등 미국산 핵심 기술 접근을 제한해왔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GPU와 관련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까지 통제하면서 첨단 컴퓨팅 기술 확보를 강하게 제한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자체 기술 기반의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를 선보이면서 미국의 기술 규제가 중국의 독자 기술 개발을 오히려 가속화했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 AI 슈퍼컴퓨터 경쟁은 또 다른 무대
다만 슈퍼컴퓨터 성능 1위가 곧 AI 경쟁력 우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전통적인 슈퍼컴퓨터는 다양한 과학 계산을 수행하도록 설계됐지만, 최근 생성형 AI 개발에는 엔비디아 GPU 기반의 AI 전용 컴퓨팅 시스템이 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미국 테네시주에 구축한 '콜로서스(Colossus)'는 20만 개의 AI 반도체를 활용해 일부 연산 기준에서는 엘 캐피탄보다 높은 성능을 보였지만, 톱500 평가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 과학 계산과 AI 모두 겨냥…성능 검증은 과제
라인샤인의 총괄 설계자인 루위퉁은 이번 시스템이 기존 과학 시뮬레이션뿐 아니라 AI 연산도 함께 지원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오늘날의 AI 모델 학습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전용 AI 슈퍼컴퓨터만큼의 성능을 라인샤인이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최근 일론 머스크 CEO의 xAI가 테네시에 구축한 '콜로서스(Colossus)'와 같은 전용 AI 기기들이 수십만 개의 AI 칩을 바탕으로 압도적인 성능 향상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기존 방식의 슈퍼컴퓨터와는 운용 목적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생성형 AI 학습에 최적화된 전용 AI 슈퍼컴퓨터와 비교할 경우 경쟁력은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