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가장 큰 수혜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아닌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7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최근 분기에서 사상급 실적을 기록하며 높은 수익성을 달성했다. 이는 주주들에게는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램을 공급받는 AI 기업 입장에서는 급격한 비용 증가를 의미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AI 산업의 '원유 생산자'에 비유했다. 항공사가 유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듯 AI 기업 역시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 공급 부족이 메모리 가격 급등 이끌어
현재 AI용 고대역폭메모리 생산 능력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HBM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데에는 수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간 공급 확대가 어렵다. 반면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급증하면서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상승했다. 결국 반도체 기업의 높은 수익은 AI 서비스 기업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 AI 산업 전반에서 이익 이동 발생
시장에서는 AI 생태계 내부에서 대규모 이익 이동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에는 AI 모델 개발 기업과 클라우드 사업자가 성장의 중심으로 평가받았지만, 현재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가장 큰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AI 산업 내에서 자금이 어느 분야로 이동하는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 D램 60%·낸드 80% 가격 급등
마이크론은 지난 5월 말 종료된 분기에서 D램 평균 판매가격을 직전 분기보다 60% 이상 인상했다고 밝혔다.
반면 출하량 증가는 한 자릿수 초반에 그쳤다. 가격 상승이 실적 개선의 핵심 요인이었던 셈이다.
데이터센터에 함께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은 기간 80% 이상 상승했다. 메모리 가격은 1년 만에 약 4배 가까이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 AI 넘어 소비자 시장까지 영향 확대
메모리 가격 급등은 AI 산업을 넘어 일반 소비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은 최근 맥북 가격을 15% 이상 인상했으며, 일반 PC용 메모리 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약 3배 가까이 상승한 사례가 나타났다. 메모리 가격이 매년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AI 기업은 비용 전가 어려운 구조
소비자 전자제품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을 통해 원가 부담을 일부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반면 AI 서비스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주요 AI 기업들은 아직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서비스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료만으로는 높은 인프라 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어 메모리 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손실을 더욱 확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AI 토큰 사용 제한도 확산
기업 고객들의 AI 활용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직원들의 AI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부 기업들은 AI 토큰(Token) 사용을 제한하거나 효율성을 높이는 정책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AI 서비스 이용료를 인상할 경우 기업들의 도입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현재 투자자들은 수익성보다 시장점유율 확보를 더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어 AI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전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 AI 생태계 수익은 반도체 기업으로 집중
결국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은 데이터센터 운영기업이나 AI 모델 개발기업이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AI 산업 전체에서 창출되는 이익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더라도 수익 배분 구조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산업 가치사슬(스택) 내에서 가장 높은 이익률이 칩 공급업체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마이크론[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주식시장도 수익 이동 반영
주식시장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일부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올해 들어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주가는 달러 기준 약 290% 상승했으며 삼성전자도 166% 상승했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고 아마존은 보합권, 알파벳도 제한적인 상승에 그쳤다.
특히 메모리 관련 종목이 급등하기 시작한 4월 이후에는 엔비디아를 포함한 일부 AI 대표 종목들의 상승세도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 장기적으로 공급 확대 여부가 변수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과열됐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만 제조 공정이 복잡해지고 경쟁 업체 수가 크게 줄어든 만큼 과거처럼 공급 과잉이 빠르게 발생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업계에서는 높은 메모리 가격에 대응하는 방법은 결국 세 가지뿐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적으로는 AI 기업들이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거나, 장기적으로는 시스템 효율성을 높여 메모리 사용량을 줄이거나, 반도체 기업들의 증설을 통해 공급이 확대되기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AI 산업 경쟁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공급망과 인프라 확보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서비스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경우 반도체 기업들의 높은 수익성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