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인공지능(AI) 시대 최대 경쟁자로 떠오른 오픈AI를 상대로 전면전에 나섰다. 단순한 인재 유출 분쟁을 넘어 AI 기기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싼 전략적 충돌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과거 스티브 잡스가 안드로이드를 상대로 벌였던 '핵전쟁'과 닮은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 스티브 잡스의 '안드로이드 전쟁' 닮은 애플의 대응
2010년 스티브 잡스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훔친 제품"이라고 규정하며 '핵전쟁(Thermonuclear War)'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6년이 지난 현재 애플은 새로운 경쟁자인 오픈AI를 상대로 유사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1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후임인 존 터너스에게 경영권을 넘기기 전 마지막 주요 결정 가운데 하나로 오픈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소장에서 자사 제품 디자인을 총괄했던 탕 탄(Tang Tan)이 오픈AI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수개월에 걸쳐 애플의 영업기밀을 빼내려 했다고 주장했다.

애플 로고(Photo : [AP/연합뉴스 제공])
▲ AI 기기 시장 선점 위한 전략적 소송
이번 소송은 오픈AI가 자체 AI 기기를 공개하기 직전에 제기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IT 업계는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주도할 AI 기반 디바이스 개발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AI 기기 시장을 선점하는 기업이 지난 20년 동안 아이폰이 누렸던 시장 지배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애플이 두렵지는 않지만 매우 존경한다"고 밝히며 양사의 경쟁 구도를 사실상 인정했다.
▲ 구글·삼성도 넘지 못한 애플…새 도전자는 오픈AI
그동안 애플의 아성에 도전했던 기업은 적지 않았다.
구글과 삼성전자,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스마트폰과 플랫폼 시장에서 애플을 추격했지만 아이폰 중심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데는 실패했다.
반면 오픈AI는 강력한 생성형 AI 모델을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AI 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구체적인 제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AI 디바이스 제품군'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AI 서비스 경쟁에서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오픈AI가 가장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제공] [AFP/연합뉴스 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1/72/1017200.jpg?width=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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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 쟁점은 영업기밀 유출 의혹
애플은 오픈AI가 조직적으로 자사 영업기밀을 확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는 일부 직원이 애플 내부 계정을 이용해 서버에 접근했다는 내용과 함께 탕 탄이 애플 출신 지원자들에게 기밀 정보를 요구하고 실제 부품을 면접장으로 가져오도록 했다는 의혹도 포함됐다.
탕 탄은 애플에서 24년간 근무하며 제품 디자인 담당 부사장까지 오른 핵심 인물이다.
다만 IT 업계에서는 엔지니어 채용 과정에서 자신이 개발했던 부품이나 시제품을 설명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결국 실제 기밀성이 있는 자료였는지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오픈AI는 "다른 기업의 영업기밀에는 관심이 없으며 혁신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협력에서 경쟁으로…1년 만에 관계 급변
애플과 오픈AI는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협력 관계였다.
애플은 아이폰 일부 기능에 챗GPT를 탑재하기 위해 오픈AI와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이후 오픈AI가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디자인 기업 'io Products'를 인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 회사에는 애플 핵심 디자이너였던 탕 탄도 합류해 있었으며, 오픈AI는 이를 기반으로 AI 전용 기기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관계가 협력에서 직접 경쟁으로 빠르게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 AI 경쟁력은 아직 애플의 약점
애플은 현재 AI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가을 출시 예정인 새로운 시리(Siri)는 AI 기능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지만 핵심 AI 기술은 자체 개발이 아닌 구글의 기술 지원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생성형 AI 분야에서 애플이 경쟁사보다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무료로 제공될 새로운 시리 AI의 성능이 향상될 경우 유료 챗GPT 이용자가 얼마나 유지될지도 새로운 경쟁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 AI 시대 승부는 하드웨어 생태계가 좌우
그럼에도 애플은 여전히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애플은 자체 설계한 고성능 칩을 모든 주요 기기에 탑재하고 있으며,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아이폰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애플 생태계를 거쳐야 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혔다.
반면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과 스마트글라스, 아마존의 파이어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 등은 모두 아이폰의 영향력을 흔드는 데 실패했다. 일론 머스크 역시 자체 AI 스마트 기기 개발과 함께 애플 앱스토어 정책을 비판하며 새로운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 소송은 시간 벌기…결국 승부는 제품 경쟁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오픈AI의 인재 영입과 제품 개발 속도를 늦추려는 전략적 대응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법적 공방만으로 AI 시대 주도권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결국 차세대 AI 기기의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이 시장의 승패를 결정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차기 CEO인 존 터너스는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이 구축한 애플의 혁신을 AI 시대에도 이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애플이 소송을 통해 시간을 벌 수는 있겠지만, 최종 승부는 법정이 아닌 AI 제품 경쟁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