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 주권 확보를 위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2만7,500개를 도입한다.
대규모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자국 내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고, 해외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독자적인 AI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AI 기술을 국가 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는 각국의 '주권 AI(Sovereign AI)'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됐다.
▲ 엔비디아 AI 칩 2만7,500개 도입…2028년 AI 컴퓨팅 허브 구축
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반도체 2만7,500개를 활용해 2028년 가동을 목표로 대규모 AI 컴퓨팅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일본 도쿄 방문 일정에 맞춰 공개됐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원을 기반으로 구축되는 이번 인프라는 일본 내 AI 연구개발과 산업 생태계의 핵심 기반 시설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됐다.
▲ 소프트뱅크·소니·혼다 참여…국가 AI 연합 본격 가동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AI 컨소시엄 '노에트라(Noetra)'가 주도한다.
노에트라는 소프트뱅크그룹, 소니그룹, 혼다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대표 기업들이 참여하는 연합체로, 엔비디아는 이들에게 AI 반도체와 기초 AI 모델 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를 공급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민관 협력을 통해 해외 AI 플랫폼을 대체할 수 있는 독자적인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 "국가의 지능은 외부에 맡길 수 없다"
젠슨 황 CEO는 도쿄 행사에서 일본의 AI 자립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국가의 지능을 외부에 맡길 수 없다"며 "일본은 일본의 AI를 직접 보유하고, 발전시키며, 보호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AI 기술이 단순한 산업 경쟁력을 넘어 국가 안보와 디지털 주권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됐다.
▲ 물리 AI 개발 본격화…2030년 '인공 두뇌' 목표
노에트라는 2026회계연도에 첫 번째 기초 AI 모델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이미지와 음성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모달 AI로 발전시키고, 2030년까지는 복잡한 현실 환경을 이해하는 '인공 두뇌(Artificial Brain)' 수준의 물리 AI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완성된 시스템은 공장 자동화 설비와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 차량 등이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할 것으로 기대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로이터/연합뉴스 제공]](https://images.jkn.co.kr/data/images/full/101/93/1019318.jpg?width=1200)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주권 경쟁…기술 독립이 국가 전략으로 부상
일본은 최근 세계 각국이 추진하는 '주권 AI'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주권 AI는 컴퓨팅 인프라를 자국 내에 구축하고 자국 데이터를 활용해 AI 모델을 개발함으로써 기술 독립성과 국가 안보를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민감한 국가 데이터를 보호하고, 전력망 등 핵심 사회기반시설을 외국 기술 의존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로봇과 제조업 등 전략 산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 "초고령사회와 재난 경험이 일본의 AI 경쟁력"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일본이 보유한 현실 데이터를 AI 경쟁력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했다.
그는 "빅데이터와 AI 시대에 일본이 승리하는 길은 초고령사회와 재난이 많은 국가라는 특성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해체 작업과 첨단 제조공장 등에서 축적된 방대한 현장 데이터를 일본만의 강점으로 꼽으며, 이러한 데이터가 물리 AI 개발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 원전 해체·재난 대응·인력 부족 해결까지 AI 활용 확대
아카자와 경제산업상은 물리 AI가 일본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원자력발전소 해체 작업과 초고령사회 대응, 자연재해 관리, 노동력 부족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빅데이터와 물리 AI 기술이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러한 기술 혁신이 일본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 "일본산 AI 세계로 수출"…정부, AI 산업 육성 의지 강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영상 축사를 통해 AI 기술의 국산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국내 AI 개발 과정에서 해외 기술 의존이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일본산 물리 AI 모델 개발 기반이 마련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뢰할 수 있는 물리 AI를 일본에서 개발하고 이를 세계에 수출하는 프로젝트를 일본 부흥의 상징으로 만들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