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입력’ 넘어 조작 지시 여부가 핵심 쟁점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자 수 통계를 조작하도록 지시·주도한 혐의를 받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수사가 한 단계 확대됐다.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31일 중앙선관위 실무진급 관계자 A씨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당시 투표자 수 오입력 문제를 문의한 김포 선관위 직원에게 정상적인 수정 절차가 아닌 다른 방식의 처리 방법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단순한 전산 입력 실수가 있었느냐가 아니라, 잘못 입력된 투표자 수를 왜 정상적인 정정 절차로 바로잡지 않고 수치를 맞추는 방식으로 처리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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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작 가이드라인’까지 전달…개인 일탈인지 조직적 지시인지?
A씨는 충북 진천과 경기 의왕 등 다른 지역에서도 투표자 수 오입력이 발생했지만 이를 정상적으로 수정하지 않고 조작 방식으로 해결했다며 관련 방법을 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김포 선관위 직원이 방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자 시간대별로 입력해야 할 투표자 수를 정리한 엑셀 파일까지 작성해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한 구두 조언을 넘어 구체적인 실행 방법이 문서 형태로 전달됐다는 점에서 수사의 무게가 커졌다.
합수본은 A씨가 어떤 경위로 해당 방법을 알게 됐는지, 누구의 지시를 받았거나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또 이 같은 방식이 다른 지역에도 전달됐는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상급자가 해당 방식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지시한 정황이 확인될 경우 이번 사안은 개별 직원의 실수가 아니라 선관위 내부의 조직적인 통계 관리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경기 곳곳서 유사 패턴 확인…전수조사 필요성
수사 범위가 김포·의왕·진천 등 기존에 알려진 지역을 넘어 경기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연합뉴스가 6·3 지방선거 당시 경기도 관내 투표소별 투표자 수와 투표율을 분석한 결과, 선관위가 오입력이 있었다고 밝힌 지역 외에도 특정 시간대 투표자 수가 급증한 뒤 상당 시간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등 비정상적인 패턴을 보인 투표소가 다수 확인됐다.
평택 신평동과 동두천 상패동, 구리 수택동, 여주 강천면, 성남 상대원, 안산 이동, 고양 고양동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다만 특정 시간대의 통계 변화만으로 곧바로 조작을 단정할 수는 없는 만큼 실제 투표자 수와 전산 입력 기록, 수정 이력, 현장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수사기관이 이들 지역의 자료를 전수 분석해 실제 오입력인지 고의적인 허위 입력인지 가려내는 것이 향후 수사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송파 투표용지 부족 의혹도 병행 수사
합수본은 투표자 수 통계 조작 의혹과 별개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냈다.
합수본은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송파구 선관위 사무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특정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사전에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송파구 선관위 산하 투표소에서 하나의 투표지 일련번호가 두 장의 투표지에 중복으로 기재된 정황도 포착돼 관련 경위가 조사 대상에 올랐다.
투표용지 관리와 투표자 수 통계 입력은 선거의 기본적인 관리 절차에 해당하는 만큼, 두 사안에서 관리상 허점이나 고의적인 조작 정황이 확인될 경우 선관위의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 ‘누가 지시했나’ 넘어 ‘얼마나 광범위했나’가 관건
이번 수사의 최대 쟁점은 조작에 관여한 개인을 특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방식이 선관위 조직 안에서 어느 정도 공유되고 실행됐는지를 규명하는 데 있다.
특히 실제 조작 방법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전달된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단순한 현장 직원의 임의적인 판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겼다. 합수본이 상부 보고 여부와 다른 지역의 유사 사례를 함께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거 통계는 투표 결과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기초 자료인 만큼 입력 과정에서 고의적인 조작이나 허위 기록이 있었다면 단순 행정 오류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평가해야 했다.
결국 합수본 수사는 ‘오입력이 있었느냐’를 넘어 ‘왜 수정하지 않고 조작했는지’, ‘누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동일한 방식이 다른 지역에서도 사용됐는지’를 밝혀내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태가 일부 지역의 관리 부실인지, 선관위 내부의 구조적인 관리 문제였는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