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 시기를 당초 알려진 하반기에서 6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또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3법으로 인한 하반기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비해 6월 중으로 전월세 대책도 함께 발표한다.
최근 서울 등 신규 아파트 공급 가뭄과 전월세 시장 불안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들 '투트랙' 전략을 조기에 시행해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분양가 상한제 조기 개편으로 '공급 숨통' 틔운다…정비사업 분양 촉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초 하반기로 예상됐던 분양가 상한제 제도 개편 시기를 6월로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은 현재 분양가 갈등 여파 등으로 서울·수도권 정비사업 단지의 분양이 대거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단지 수는 총 3천390가구로, 연초 계획됐던 상반기 분양 예정 가구수(1만4천447가구)의 23.5%에 그쳤다.
대선을 전후해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반분양분만 5천가구에 육박하는 강동구 둔촌 주공을 비롯해 서초구 신반포15차,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은13구역 등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들이 모두 분양가 상한제 개편 이후로 일반분양을 연기한 상태다.
경기 광명시의 재개발 사업들도 분양가 상한제 개편 이후로 분양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새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개편을 기다리며 분양을 미루는 조합이 늘고 있어 서둘러 상한제 개편안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원 장관은 분양가 상한제 개편 방향에 대해 재건축 조합 이주비 등 정비사업으로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고, 최근 원자잿값 급등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을 분양가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현재 조합원 이주비 및 조합 사업비 등의 금융이자, 영업보상비 및 명도소송 비용 등을 가산비로 인정해주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현재 이 비용들은 분양가 상한제에 반영할 수 있는 항목이 없어 조합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사 중단 사태를 맞은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업단이 지급 보증을 선 조합 사업비가 7천억원이며, 시공사가 이 사업비 대출로 대납한 금융비용은 약 1천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이런 조합 이주비와 사업비 금융이자 등이 분양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발코니 확장 비용처럼 투입된 건설원가가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제도를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분양가 상한제 제도 개선과 별개로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다음달 1일 기준으로 가격 변동 상황을 살펴보고 건축비 추가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에 적용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매년 3월 1일과 9월 15일을 기준으로 두 차례 정기 고시하는 것이 원칙이나 기본형 건축비 고시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철근·레미콘 등 주요 자재의 가격이 '15% 이상' 변동되는 경우 이를 반영해 수시고시 형태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 기준으로 현재 시세의 60∼70% 선인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한제 제도 개편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꽉 막힌 서울 분양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8월 '대란설'에 선제 대응…6월 전월세 대책 내놓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임대차3법 제도 보완에도 나선다.
일단 '8월 전월세 시장 대란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달 전월세 대책도 함께 발표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로 종료되는 전월세 신고제 계도기간 연장과 함께 올해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신규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면서 4년치 보증금과 월세를 한꺼번에 올리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새 아파트에서 전월세 물량이 시중에 나올 수 있도록 분양가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와 주택담보대출의 전입 요건도 손대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한제 대상 아파트는 분양가가 시세 대비 80% 미만이면 최초 입주일로부터 3년, 80% 이상·100% 미만이면 2년 간 계약자가 실입주를 해야 한다. 또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6개월 안에 해당 주택에 전입하지 않으면 대출이 회수된다.
각각 청약 가수요, 갭투자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도입됐으나 전월세를 놓을 수 없어 임대 물건을 감소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거나 의무거주 시점을 늦추는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원 장관은 또 전세대책의 일환으로 "거주용 오피스텔이나 원룸 등 이른 시일내에 매물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가속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발표될 전월세 대책에는 오피스텔에 대한 추가 규제완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임대차3법으로 인한 전월세 시장 불안에 대비해 전용면적 84㎡ 초과 오피스텔에 대해서도 바닥 난방을 허용하는 등의 규제 완화를 해준 바 있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밝힌 옛 '뉴스테이'와 같은 기업형 임대주택,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내달 대책에 포함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또 당장 임대차3법 폐지 또는 개정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보완 방안으로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상생임대인', '착한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해 말까지 계약하는 전월세 물건 중 직전 계약 대비 5% 이내로 가격을 올린 뒤 2년간 계약을 유지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받기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채운 것으로 인정해주는 상생임대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이 제도를 정식으로 제도화해 임대차 시장의 안정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오는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된 전세 물건이 시중에 풀려 전월세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갱신권을 소진한 세입자에 대해 4년 등 장기계약을 해주거나 임대료 상승폭을 갱신권 사용 때처럼 5% 이내로 제한할 경우 임대인의 보유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8월 대란이 아니라 전월세 시장이 통상적인 사이클에서 움직이도록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내달 전세 대책에 앞서 임대차3법 가운데 하나인 전월세 신고제의 계도 기간이 이달 말로 종료되는 것과 관련해선 이달 내에 계도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