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광주·전남 지역에서 경쟁자 없이 당선을 확정한 무투표 당선자가 8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 우세 속에 견제 세력이 전무한 지역 정치 구도가 고착화하면서 유권자의 선택권이 원천 차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후보 등록 마감 결과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총 80명의 후보가 본선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이번 무투표 당선 규모는 기초단체장 2명, 광역의원 34명, 기초의원 20명, 기초의원 비례대표 24명을 포함하는 수치다. 이는 4년 전 지방선거 당시 기록했던 63명보다 17명이나 늘어난 규모로 지역 내 정치적 다양성 상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의 강세 속에 야권이나 무소속 후보가 출마하지 않은 선거구가 속출하며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광주 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현직 구청장들의 단독 입후보가 두드러졌다. 김이강 서구청장 후보와 김병내 남구청장 후보는 경쟁 후보가 나타나지 않아 투표 절차 없이 당선을 사실상 확정했다. 행정의 연속성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정책 검증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기초단체장은 지역 행정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견제 없는 당선이 초래할 행정 독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광역의원 선거구에서도 특정 정당 소속 후보들의 무혈입성이 잇따랐다. 광주에서는 동구 2곳, 서구 1곳과 4곳, 남구 2곳, 광산구 4곳 등 총 5개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만 등록해 당선됐다. 전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여 총 29개 선거구에서 투표 없이 광역의원이 배출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면서 신인 정치인의 진입 장벽은 더욱 높아진 형국이다.
전남의 광역의원 무투표 당선 지역은 도내 주요 도시와 군 단위를 모두 망라하고 있다. 목포 1·3·4구, 여수 2·5·6구, 순천 2·5·6·8구, 나주 1·2구, 광양 1·4구에서 일찌감치 당선자가 탄생했다. 담양 1, 장성 2, 구례, 고흥 1·2, 보성 1, 화순 1·2, 완도 1, 해남 2, 영암 1·2, 무안 1·2, 신안 1 등 전남 전역에서 경쟁 후보가 실종된 상태다. 이들 지역 유권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광역의원을 선택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
기초의원과 비례대표 선거 역시 유권자의 심판을 거치지 않는 당선자가 속출했다. 각각 3명을 선출하는 광주 북구 '다' 선거구와 광산구 '라' 선거구에는 3명씩만 등록하여 전원 무투표 당선됐다. 전남 기초의원은 목포 '가', 여수 '가', 고흥 '가'·'라', 완도 '나', 신안 '라' 등 6개 선거구에서 당선자가 확정됐다. 기초의원 비례대표도 광주 동구 1명과 전남 구례, 화순, 강진, 영암, 무안, 함평 등 23명이 단독 등록으로 의회 입성을 확정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수가 선출 인원 이하일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해당 후보의 당선을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법적 근거에 따른 절차이지만 선거의 본질인 경쟁과 선택이 생략된 점은 법치 민주주의의 효율성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무투표 당선이 결정되면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도 즉시 제한된다. 유세차 운영이나 거리 유세, 벽보 및 현수막 게시, 공개 연설 등 통상적인 선거운동은 모두 중단된다.
선거운동 제한 조치에 따라 후보자들은 선거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으며 이에 따라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행정 비용의 절감이라는 경제적 효율성은 확보할 수 있으나 유권자와의 소통 부재라는 기회비용은 정량화하기 어렵다.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 볼 때 경쟁 없는 공급은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공약이나 자질을 검증할 기회를 박탈당한 채 4년의 지방 행정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선거 비용 낭비를 막고 행정의 안정성을 꾀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에 대해 소모적인 경쟁을 지양하는 것이 지역사회의 자원 배분 효율성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리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보다 행정 편의주의를 우선시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쟁이 거세 거세진 4년 전보다 무투표 당선자가 17명이나 증가한 점은 지역 정치 생태계의 경직성을 방증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을 지역 정치의 건강성이 훼손된 위험 신호로 해석한다. 한 선거 전문가는 "무투표 당선자의 급증은 특정 정당의 독점이 심화하여 정치적 경쟁 기능이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유권자의 무관심이 깊어질수록 지역 정치의 질적 저하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향후 지방자치제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거구제 개편이나 소수 정당의 진입을 돕는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무투표 당선자 80명의 탄생은 광주·전남 지역의 정치적 쏠림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도 이들 지역에서는 선거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유권자 소외 현상은 더욱 짙어질 전망이다. 선거 없는 당선이 지역 발전의 동력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당선자들의 책임감 있는 의정 활동이 요구된다. 지역 사회는 투표권 행사가 무산된 만큼 당선자들에 대한 사후 감시와 견제 기능을 강화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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