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경찰의 꽃' 총경급 비위 속출... 검찰청 폐지 앞두고 공직 기강 붕괴 우려

이겨례 기자
'경찰의 꽃' 총경급 비위 속출... 검찰청 폐지 앞두고 공직 기강 붕괴 우려
©연합뉴스

 

검찰청 폐지를 5개월 앞둔 시점에서 경찰 조직의 핵심 간부인 총경급 인사들의 금품 수수와 직무 태만이 잇따라 적발되며 치안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만 5,000명 경찰 조직의 단 0.5%에 불과한 고위 간부들이 수사 정보를 거래하거나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행태가 만연하다는 지적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기록한 경찰은 조직 근간을 흔드는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아야 하는 절박한 과제에 직면했다.

경찰청 폐지라는 거대 사법 개혁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지역 치안의 총책임자인 경찰서장들의 비위가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총경 계급은 전국에 741명에 불과한 고위 간부직으로 특정 지역의 수사와 치안을 총괄하는 막중한 권한을 보유하나 이를 견제할 내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권력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공룡 경찰'이라는 비판과 함께 조직 내부의 자정 기능이 마비되었다는 성토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고위직의 도덕적 해이는 일선 경찰관들의 사기를 꺾고 사법 체계 전반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서울 북부 지역의 한 경찰서장이었던 A 총경은 불법 코인 환전업자로부터 수사 정보 제공 대가로 7,9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그는 카카오톡을 통해 "형님 인심 쓰는 거 1,200 안될까"라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투자 실패금을 업자로부터 보전받는 등 공직자로서의 윤리 의식을 저버렸다. 수사 정보를 사적으로 거래하며 범죄자의 도피를 돕는 등 법 집행 기관의 수장으로서 용납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비판이 비등하다. 현재 A 총경은 받은 돈에 대가성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법조계에서는 기소 내용의 중대성에 비추어 엄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구리경찰서장은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상급 기관의 지시를 묵살하고 직무를 유기하여 참변을 막지 못한 책임으로 직무에서 배제되었다. 피해자가 두 차례나 신변 보호를 요청하고 경기북부청이 구속영장 신청을 지휘했음에도 불구하고 구리경찰서는 이를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적절한 보호 조치가 부재한 틈을 타 발생한 인명 사고는 일선 서장의 안일한 치안 인식이 시민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이 강조해 온 '책임 수사'의 원칙이 현장에서 얼마나 취약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사례다.

서울 성동경찰서장은 공공기관 차량 2부제를 피하기 위해 긴급출동용 차량을 출퇴근에 이용하는 꼼수를 부리다 대통령 지시로 감찰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출퇴근 편의를 위해 치안 공백을 초래할 수 있는 긴급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고위 공직자의 기강 해이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관할 치안의 총책임자가 정부 지침을 정면으로 회피했다는 사실은 대정부 정책 신뢰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이번 감찰 결과에 따라 해당 서장에 대해 공직 기강 확립 차원의 엄중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

강남경찰서 역시 방송인 관련 사기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에 휘말리며 수사 및 형사과장급인 경정 라인이 전원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최대 부촌을 관할하는 경찰서의 수사 공정성에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역할이 비대해진 만큼 권한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외부 감시 체계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정 연예인이나 유력 인사와의 유착 의혹은 경찰 수사의 독립성을 의심케 하는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된다.

중간 간부급인 경정들의 음주운전 사고 또한 끊이지 않아 경찰 조직의 전반적인 기강 해이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북 지역에서는 경정급 간부들이 잇따라 술에 취해 차량 6대를 들이받거나 가드레일을 추돌하는 사고를 내며 조직 전체에 특별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에 걸쳐 연이어 발생한 간부급 음주 사고는 법을 집행하는 주체로서 최소한의 준법정신마저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음주 비위는 경찰 개개인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조직 차원의 관리 감독이 전무함을 방증한다.

이러한 비위 행위가 누적된 결과 경찰청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전년보다 하락한 최하위 5등급을 기록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는 13만 5,000명의 경찰 조직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처참히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지표로 해석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비대해진 경찰에 대한 우려인 이른바 '공룡 경찰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간부들의 실책이 더 뼈아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렴도 최하위 기록은 향후 수사권 완전 독립을 추진하는 경찰의 행보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일선의 경찰관들은 고위 간부들의 실책이 조직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수사권 독립의 명분을 퇴색시키고 있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중차대한 시기에 일선 간부가 자꾸 논란의 중심에 서서 조직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허탈한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 또한 막강해진 수사 권한에 걸맞은 엄격한 내부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는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은 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 경찰 조직의 붕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최근의 논란이 일부 개인의 일탈일 뿐 조직 전체의 구조적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13만 명이 넘는 거대 조직에서 발생하는 개별적 비위를 근거로 경찰의 수사 역량 전체를 폄훼하는 것은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직원의 사기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조직 내 대다수는 여전히 법과 원칙에 따라 치안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일부의 과오가 전체의 헌신을 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위 간부들의 비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찰은 검찰청 폐지 이후 독점적 수사권을 행사하게 될 조직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강도 높은 인적 쇄신과 감찰 강화에 나서야 한다. 총경급 이상 간부에 대한 검증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고 비위 발생 시 일벌백계하는 엄정한 법 집행 원칙을 확립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조직 내부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 권한만을 확대하려 한다면 국민적 저항과 함께 치안 불신이라는 거대한 장벽에 가로막히게 될 것이다. 향후 경찰이 보여줄 자정 노력의 결과가 대한민국 사법 정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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