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15만 명 돌파...20년 새 22배 급증에도 투표 참여는 '요원'

음영태 기자
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15만 명 돌파...20년 새 22배 급증에도 투표 참여는 '요원'
©연합뉴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유권자 수가 15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 선거권자는 총 15만 1532명으로, 직전 지방선거 대비 18.7% 급증하며 지역 정가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체 선거인 대비 외국인 비중은 0.34%로 집계되었으나, 실제 투표율은 10%대 초반에 머물러 권한 확대에 걸맞은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유권자 15만 명 시대가 열리면서 지방자치 현장의 인구 지형 변화가 선거 명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이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외국인은 총 15만 1532명으로, 지난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의 12만 7623명보다 2만 3909명 늘어났다. 이는 외국인 참정권이 처음 도입된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당시 6726명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약 22.5배로 팽창한 수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영주권(F-5 비자)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18세 이상의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다만 이들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는 참여할 수 없으며, 오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만 제한적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외국인 유권자 규모는 2010년 1만 2878명, 2014년 4만 8428명을 거쳐 2018년 10만 6205명으로 처음 10만 명 선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 선거인 대비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 역시 도입 초기 0.02%에서 이번 선거 0.34%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지역별로는 외국인 주민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유권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며 특정 지역의 당락을 가를 변수로 주목받는다. 경기 안산과 시흥의 외국인 유권자 비율은 각각 1.8%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부천 1.3%, 수원 0.8%, 화성 0.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인구 대비 외국인 주민 비율과 실제 유권자 비중 사이의 괴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충북 음성군의 경우 외국인 주민 비율이 16%에 달해 전국 최상위권에 해당하지만, 실제 선거인 명부에 이름을 올린 외국인 비중은 0.8%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대다수 외국인 거주자가 영주권 취득 및 3년 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단기 체류자이거나 비숙련 인력 위주로 구성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외국인 유권자의 급격한 증가를 두고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인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지 않는 국가의 국민에게 우리가 먼저 선거권을 주는 것은 주권 원칙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특히 외국인 유권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특정 국적자를 겨냥한 상호주의 요구는 선거철마다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선거 관리 당국 관계자는 "특정 기초단체나 선거구 단위에서 외국인 유권자 비중이 임계치를 넘길 경우 지역 민심과는 동떨어진 선거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국인 참정권의 범위와 대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시장 질서와 법치를 중시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권리 부여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정치적 안정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비대해진 유권자 규모와 달리 갈수록 떨어지는 외국인 투표율은 참정권 부여의 실효성 논란을 부추긴다. 중앙선관위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지방선거 투표율은 2010년 35.2%를 기록한 이후 2014년 17.6%, 2018년 13.5%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22년 제8회 지방선거 당시에는 13.3%까지 추락하며 전체 투표율 50.9%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결국 외국인 유권자의 양적 팽창이 질적인 민주주의 참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데이터의 핵심이다. 투표권은 부여받았으나 지역 사회에 대한 소속감 결여와 정치적 무관심으로 인해 소중한 권리가 사장되고 있는 셈이다.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선거관리위원회는 외국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동시에, 상호주의 원칙 등 제도적 보완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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