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반도체 대형주에 대한 극단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인 8,200선을 안착하며 '9만피' 시대를 향한 질주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 비중은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50.4%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절반을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재평가 기대감과 함께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경고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이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전례 없는 자금 쏠림 현상을 보이며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1.19포인트(2.25%) 상승한 8,228.70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개장 직후 5% 넘게 폭등하며 8,457.09까지 치솟았고, 이 과정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어 프로그램 매수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되기도 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가치 재평가 흐름이 국내 증시의 폭발적인 상승을 견인한 핵심 동력으로 분석된다. UBS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3배 상향 조정하며 뉴욕증시에서 반도체주 급등을 이끌어낸 영향이 국내로 전이됐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확장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과거의 업황 사이클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 증시의 기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의 유동성을 남김없이 빨아들이며 경이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68% 오른 30만 7천 원에 마감했으며, SK하이닉스는 9.31% 폭등한 224만 3천 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3,393조 원을 돌파하며 코스피 전체 시총의 50.4%를 차지하는 기현상을 낳았다.
이날 증시에 첫선을 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16종은 변동성 확대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해당 상품들의 하루 합산 거래대금은 10조 4,071억 원에 달했으며, 특히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은 1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투자 교육 이수를 위한 금융투자교육원 웹사이트가 접속 폭주로 마비될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진입 속도는 가팔랐다.
전문가들은 특정 업종에만 국한된 이번 상승 랠리가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중에서도 극소수 종목만 상승하며 지수를 견인한 것은 전형적인 쏠림 현상이자 과열 양상이다"라고 지적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역시 소외공포(FOMO)에 기반한 개인들의 강한 매수세가 시장의 기술적 지표를 위험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진단했다.
반면 반도체 업황의 구조적 변화가 현재의 주가 상승을 정당화한다는 신중한 낙관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의 조정 없이도 글로벌 메모리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상향 기조에 따라 목표주가를 대폭 높였다. 이는 현재의 주가 수준이 단순한 거품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의 평가 기준이 이동한 결과라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시장 내부의 기술적 지표들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를 곳곳에서 보내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하고 있다.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 지수(VKOSPI)는 이날 3.95% 상승한 70.78로 마감하며 장중 한때 8% 넘는 변동성을 보였다. 상대강도지수(RSI)와 이격도 등 모든 기술적 지표가 전 세계 주요 지수 중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향후 국내 증시는 반도체 대형주들의 실적 지속성과 수급 불균형 해소 여부에 따라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전쟁 종식 기대감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는 긍정적이나, 급등 이후 조정 시 지지선이 불분명하다는 점은 잠재적 위험 요소다. 투자자들은 시장의 효율성이 특정 섹터에 과도하게 편중된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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