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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2년 지연 끝…시리, 대대적 개편 예고

애플이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본사에서 개최하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인공지능(AI) 비서 ‘시리(Siri)’의 대대적인 개편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2년 전 시리의 AI 기능 강화를 약속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사이 수억 명의 이용자들은 오픈AI의 챗GPT와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 같은 생성형 AI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을 비롯한 일부 시장에서는 일정 관리와 반복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25억대 기기 생태계가 가진 ‘AI 금광’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애플이 여전히 막대한 AI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핵심은 아이폰에 축적된 개인 데이터다.

이메일, 문자메시지, 일정 정보 등 사용자의 다양한 정보가 애플 생태계 전반에 저장돼 있으며, 이를 AI가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시리는 더욱 정확하고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다.

나아가 단순 질의응답을 넘어 실제 업무 수행 능력까지 갖춘 개인 비서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다.

▲ 개인정보 보호가 동시에 기회이자 과제

하지만 애플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역시 데이터다.

애플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운영체제 내 데이터 접근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제3자 앱들은 서로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으며, 애플조차 사용자의 허가 없이는 상당수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

결국 애플의 과제는 개인정보 보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데이터 활용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는 애플뿐 아니라 개발자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과제다.

▲ “AI 경쟁력의 본질은 결국 데이터”

패트릭 무어헤드 무어인사이트앤스트래티지(Moor Insights & Strategy) 창업자는 “애플은 시리를 제대로 개선해야 할 뿐 아니라 개발자들이 AI를 활용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소 지루하게 들릴 수 있지만 AI의 핵심은 결국 데이터”라며 “데이터가 맥락을 만들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 AI 경쟁 뒤처졌지만 주가는 여전히 견조

흥미로운 점은 애플이 AI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월가의 신뢰를 잃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애플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약 50% 상승했다. 이는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성공에 힘입어 약 120% 상승한 구글 모회사 알파벳에는 못 미치지만, 같은 기간 약 7% 하락한 마이크로소프트보다는 양호한 성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앤트로픽 등 경쟁사 대비 AI 역량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대화형 시리’와 개인 맞춤형 AI 공개 가능성

시장에서는 이번 WWDC에서 시리에 새로운 ‘채팅 모드(Chat Mode)’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포레스터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앤드루 콘월은 애플이 사용자의 개인 데이터를 시리와 연동하는 ‘개인 컨텍스트(Personal Context)’ 기능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시리는 단순한 음성 비서를 넘어 사용자의 상황과 이력을 이해하는 개인 맞춤형 AI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애플[AP/연합뉴스 제공]

▲ 개발자 생태계 확장도 핵심 전략

애플은 개발자들이 자사 앱을 시리와 연동할 수 있도록 ‘익스텐션(Extensions)’ 기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개발자들이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 모델을 앱 내에서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함께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의 AI 처리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 도구를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애플식 AI 전략은 ‘기술’보다 ‘경험’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AI를 하나의 기술 자체로 홍보하기보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능과 경험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들은 AI에 대해 여전히 일정 수준의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반면 중국 시장에서는 AI에 대한 수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지만, 애플은 전통적으로 기술 그 자체보다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번에도 AI 기술력 과시보다는 일상에서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능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신중한 접근

한편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오픈클로(OpenClaw)’와 같은 기술을 활용해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하고 업무를 처리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최고경영자(CEO) 벤 바자린은 애플이 이러한 분야에 즉각적으로 뛰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오픈클로와 같은 기술이 여전히 보안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 시장에는 아직 너무 이른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솔직히 기업 환경조차도 통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기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번 WWDC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 행사가 아니라 애플의 AI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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