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검사실 술파티 의혹' 위증 및 대북지원 관련 국민참여재판이 8일 수원지법에서 개시된 가운데 피고인 측과 검찰이 기소의 정당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12명의 배심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재판에서는 핵심 증인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진술이 검찰과 변호인의 신문에 따라 수차례 엇갈리며 치열한 법리 공방이 이어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유무죄를 가릴 국민참여재판이 수원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려 검찰의 기소 요지와 변호인의 반박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번 재판은 이 전 부지사가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한 검사실 술파티 의혹의 위증 여부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를 향한 쪼개기 후원, 그리고 북한 금송 지원 등 세 가지 핵심 의혹을 다룬다. 재판부는 선정된 12명의 배심원과 함께 심야까지 증인 신문을 진행하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호인 측은 모두진술을 통해 이번 사건을 야당 대표를 매장하기 위한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이자 공소권 남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변호인은 "수원지검 1313호실에서 실제 소주와 연어 회덮밥을 먹는 파티와 공범 간 진술 세미나가 열린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며 검찰이 진실을 말한 피고인을 위증으로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쪼개기 후원과 대북 지원 혐의 역시 김 전 회장의 조작된 진술에 기반했거나 정상적인 행정 절차였다는 점을 강조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이 전 부지사는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기소의 본질이라는 점을 배심원들에게 피력했다. 그는 "검찰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허위 진술을 하면 관련 사건을 덮어주겠다고 협박했으며, 이에 협조하지 않자 보복적으로 기소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검찰의 수사 방식을 '죄를 만들어내는 자판기'에 비유하며, 여러 수감자를 불러 말을 맞추는 방식으로 사건을 조작했다고 주장하며 검찰 수사의 신뢰성을 정면으로 부정했다.
반면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혐의를 세부적으로 나열하며 공직자로서의 법적 책임과 증언의 허위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쪼개기 후원 의혹과 관련해 피고인이 2018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우회 후원을 김 전 회장에게 지시했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대표와 일면식도 없는 김 전 회장이 스스로 위법한 방식의 후원을 했다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대북 지원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직권남용 및 지방재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은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 검찰은 실무진에게 허위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게 하여 담당 위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아태교류협회에 부당하게 보조금을 교부하게 한 점을 공소 사실로 적시했다. 술파티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 탄핵 청문회에서의 발언이 선서와 기억에 반하는 명백한 허위 진술임을 강조하며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임을 재확인했다.
이날 재판의 하이라이트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증인 신문은 오후 7시 30분부터 심야까지 이어지며 극도의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의 질문에 "이 전 부지사의 요청으로 거액을 후원한 것은 맞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지시받은 기억은 없다"고 답해 공소사실의 핵심인 사전 모의 부분을 부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변호인 신문에서도 그는 이 전 부지사의 행위가 범죄 공모라기보다 인간적인 부탁이었다며 혐의와 거리를 두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은 검찰이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작성된 조서와 법정 증언 기록을 제시하며 압박하자 다시 한번 요동쳤다. 검찰이 1인당 한도가 1천만 원임을 피고인으로부터 들었다는 과거 기록을 내밀자 김 전 회장은 당시 빨리 조사를 끝내고 싶어 검찰에 유리한 부분에 서명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위증 가능성을 매섭게 추궁하자 그는 "그렇게 증언했다면 사실관계를 말한 것 같다"며 앞선 진술을 번복하는 오락가락한 행태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의 이러한 진술 번복이 수사 과정에서의 심리적 압박이나 피고인과의 사적 관계 때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많은 임직원이 구속된 상황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고 수사 방향에 부합하게 진술한 측면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진술의 임의성과 일관성 부족은 향후 배심원들의 판단에 있어 핵심적인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검찰 수사의 정당성 논란으로 번질 소지가 있다.
재판부는 9일 오전 10시 재판을 재개하여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국민참여재판은 열흘간 매일 심야까지 진행되는 강행군으로 예고되어 있어, 배심원들이 방대한 증거와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재판의 결과는 향후 관련 정치인들의 재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어 법조계와 정치권의 시선이 수원으로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