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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안도한 세계 경제…인플레이션 후폭풍 지속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 수순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경제를 짓눌렀던 에너지 공급 위기 우려가 상당 부분 완화됐다.

이에 따라 장기적인 에너지 부족 사태와 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도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해협 봉쇄 기간 발생한 공급망 차질과 에너지 가격 급등의 여파가 향후 수개월에서 수년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에너지 공급 위기 완화…최악의 시나리오 피했다

18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은 세계 경제에 분명한 호재로 평가된다.

해협 봉쇄 당시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해협 재개방이 현실화되면서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가 전쟁 정점 당시 배럴당 118달러를 웃돌던 수준에서 최근 78달러 안팎까지 하락하면서 금융시장과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일부 해소됐다.

휘발유 가격 역시 안정세를 보이며 소비자 부담을 다소 완화시키고 있다.

▲ 공급망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 필요

다만 해협이 다시 열린다고 해서 곧바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 과정에서 설치된 기뢰 제거 작업이 완료돼야 선박들이 자유롭게 운항할 수 있다. 또한 생산을 중단하거나 시설 피해를 입은 유전과 정유시설도 정상 가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핵 프로그램 협상 및 후속 현안이 여전히 남아 있어 해운업계와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해협 재개방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미 발생한 경제적 비용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 세계화 후퇴가 드러낸 구조적 취약성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글로벌 경제가 과거보다 훨씬 취약한 구조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과거 국가들은 자유무역 확대와 공급망 통합을 통해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제안보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면서 국가 간 협력보다 자국 중심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위기로 소진된 전략 비축 자원을 다시 확보하는 한편, 에너지 생산과 저장 시설 확대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과거와 같은 저비용 글로벌 공급망 체제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최대 변수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단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이다.

당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영국 중앙은행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면서 통화정책 기조도 변화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미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 역시 금리를 동결했지만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가 예상보다 오랜 기간 고금리 환경에 머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Photo : [AFP/연합뉴스 제공])

▲ 식품·전기요금 상승은 이제 시작

에너지 가격 상승의 후폭풍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가격 충격은 식품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최대 1년 정도가 소요된다. 농업 생산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료와 연료 가격 계약이 사전에 체결되는 경우가 많고, 복잡한 공급망을 거치면서 가격 전가가 늦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기요금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국가에서 전기요금은 정부 규제나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에너지 가격 변동이 소비자 요금에 반영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까지도 식품과 공공요금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 AI 투자 열풍이 경기 방어막 역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유지한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에 따른 투자 확대와 관련 장비 수출 증가가 글로벌 성장세를 지탱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소비 여건이 악화됐음에도 AI 인프라 구축 경쟁이 활발하게 이어지면서 기업 투자 수요가 경제 성장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최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이는 전쟁 이전 전망치인 2.6%보다 소폭 낮아진 수준에 불과하다.

▲ 지정학 리스크 시대, 경제 패러다임 변화

이번 호르무즈 사태는 단순한 에너지 위기를 넘어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지정학적 갈등이 경제와 무역, 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기업과 정부 모두 공급망 다변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해협 재개방이 안도감을 제공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재편 비용이 세계 경제 성장의 새로운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위기는 세계 경제가 저비용·고효율 중심의 글로벌화 시대에서 안보와 안정성을 우선하는 새로운 경제 질서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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