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급증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기 위한 대규모 전환 정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과 전력망 운영상의 한계로 인해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AI 산업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 패턴이 예측하기 어렵고 전력망 운영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어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 AI 시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전력 공급
중국 정부는 AI 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추진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안정성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올해 발표된 2026년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컴퓨팅 인프라와 전력 공급망의 통합 강화를 주요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사용되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생성형 AI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 능력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이를 위해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80% 목표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의 8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는 2023년 기준 11% 수준이었던 재생에너지 비중을 단기간에 7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태양광·풍력 발전국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AI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을 직접 연결하는 전용 전력망 구축까지 검토하고 있다.
▲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폭증
중국 국영 전력기업 국가전력투자공사(SPIC)의 페이산펑 이사는 2026년부터 2030년 사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3천억~5천억kWh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국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18%를 차지하는 규모다.
최소 전망치인 3천억kWh만 하더라도 영국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AI 산업이 중국 전력 시장의 새로운 대형 수요처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 데이터센터는 재생에너지와 궁합이 어렵다
문제는 데이터센터가 전통적인 산업 시설보다 재생에너지 활용이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알루미늄 제련소와 같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전력 수요를 일정 부분 조절할 수 있지만 AI 데이터센터는 그렇지 않다.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확보한 고성능 GPU를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전력 사용량을 쉽게 줄이거나 조정하기 어렵다.
페이산펑 이사는 "현재 데이터센터는 전력 수요를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GPU 투자 경쟁이 전력 소비 증가 부추겨
AI 산업에서는 GPU 확보 경쟁이 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GPU 가격이 매우 높은 데다 공급 부족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어 기업들은 장비를 구매한 즉시 최대 가동률로 운영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결국 데이터센터는 전력 가격이나 공급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전력을 소비해야 하는 구조를 갖게 된다.
이는 태양광이나 풍력처럼 발전량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와 충돌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AI 산업 특성상 안정적인 기저 전력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 전력망 운영자들도 부담 증가 우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은 전력망 운영자들에게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와 발전시설을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확산될 경우 기존 전력회사의 전력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력 수요가 예상보다 줄어들 경우 송배전망 구축에 투자한 막대한 비용을 회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력망 운영자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와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PRU20260622337401009(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일부 지역은 이미 전력망 부담 현실화
중국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망 부담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증가가 평균 전력 사용량뿐 아니라 최대 전력 수요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력 공급 안정성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특정 시간대에 데이터센터가 집중적으로 전력을 소비할 경우 전력망 운영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전력 수요 조절이 핵심 해법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을 보다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가전망(國家電網) 지베이전력연구원의 왕쩌린 부원장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15%만 조절할 수 있어도 향후 3~5년간 전력망 증설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AI 산업 성장과 전력 인프라 확충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평가된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성 개선과 전력망 유연성 확보가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AI 경쟁력과 탄소중립 사이의 딜레마
중국의 이번 정책은 AI 경쟁력 강화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AI 산업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배터리 저장장치 확대, 스마트 전력망 구축, 데이터센터 전력 효율 개선 등이 병행되지 않을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