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호르무즈 '나무호' 피격 확인에 정부 강경 선회, 5m 거대 파공이 부른 외교적 보호권 행사

음영태 기자
호르무즈 '나무호' 피격 확인에 정부 강경 선회, 5m 거대 파공이 부른 외교적 보호권 행사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우리 선박 피격 사건에 대해 정부가 '강력 규탄'으로 공식 입장을 선회하며 사실상 강경 대응 기조로 전환하다. 선체 하단에서 확인된 폭 5m, 깊이 7m의 거대 파공과 미상 비행체 타격 정황은 민간 선박에 대한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로 규정되다. 정부는 공격 주체가 특정되는 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외교적 항의를 포함한 모든 대응 조치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한국 국적 선박 'HMM 나무호'의 폭발 및 화재 원인을 미상 비행체에 의한 외부 공격으로 결론 짓고 강력한 규탄 메시지를 발표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민간 선박에 대한 공격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으며 이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공식화하다. 이는 사건 초기 사실관계 확인을 우선하며 유지해 온 '신중 모드'를 해제하고, 국제 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법치와 해상 안전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되다.

현장 조사단이 확보한 증거 자료에 따르면 나무호 선체 하단에서는 외부 충격에 의한 폭 5m, 깊이 7m 크기의 파공이 선명하게 확인되다. 선내 CCTV 영상에는 미상의 비행체가 선박을 향해 고속으로 접근하여 타격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으며, 이는 단순 사고가 아닌 의도적인 피격임을 뒷받침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다. 당초 배가 침수되거나 기울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판단을 유보했던 정부는 구체적인 물리적 증거가 확보됨에 따라 공격 주체를 특정하기 위한 정밀 분석 단계에 돌입하다.

정부의 이번 입장 변화는 국제 해상 통항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는 대외적 선언이자 시장 질서의 안정을 꾀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다. 외교부는 그간 미국 주도의 해양자유구상(MFC) 참여 압박과 중동 국가들과의 복합적인 외교 관계를 고려하여 극도로 말을 아껴오다. 그러나 민간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이 확인된 이상, 국가적 자존심과 자국민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해석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격 주체가 특정되는 즉시 해당 국가를 상대로 국제법상 보장된 모든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하다. 그는 "판단이 서는 대로 거기에 맞는 적절한 수위의 대처를 하겠으며, 우리 정부의 대처는 다른 나라들이 취하는 조치와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강조하다. 이는 태국과 카타르 등 유사한 피해를 본 국가들이 즉각적인 성명 발표와 외교적 항의에 나선 전례를 참고하여,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발발 이후 민간 선박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30여 건 이상 빈발하며 세계 경제의 화약고로 변모하다. 태국은 지난 3월 자국 선박 피격 시 이란 측에 강력히 항의했으며, 카타르 역시 자국 영해 내 선박 공격에 대해 국제법의 노골적인 위반이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인 바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국제적 흐름 속에서 단순한 유감을 넘어선 실질적인 외교적 압박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전시 상황에 준하는 엄중한 사안임을 고려할 때 정부가 '외교적 보호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다. 외교적 보호권이란 국가가 자국민이나 자국 기업의 권리를 침해한 타국을 상대로 직접 배상을 요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권한을 의미하다. 한 국제법 전문가는 "민간 기업 차원의 대응을 넘어 국가가 전면에 나서 사죄와 재발 방지,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제언하다.

다만 공격 주체로 의심받는 특정 국가와의 외교적 마찰이 가져올 경제적 파장과 에너지 안보 리스크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일부 존재하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성급한 특정국 지목은 오히려 우리 기업들의 현지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보복 조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신중론이다. 기계적 중립성을 고려할 때 정부는 공격 주체를 단정 짓지 않으면서도 행위 자체에 대한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정교한 외교적 줄타기를 수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향후 정부는 합동 조사 결과의 객관성을 국제 사회에 설득하는 동시에, 우방국과의 공조를 통해 공격 주체를 명확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나무호 피격 사건은 단순한 해상 사고를 넘어 대한민국의 외교적 역량과 자국민 보호 의지를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으로 보이다. 국제법적 절차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가 현실화될 경우 이는 향후 유사 사례에 대한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며, 호르무즈 해협 내 우리 선박의 안전 통항권을 확보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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