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5월 수출이 인공지능(AI) 관련 제품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8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월 중국의 전체 수출은 달러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증가했다. 이는 4월 증가율 14.1%보다 확대된 수치이며, 로이터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15%도 넘어선 결과다.
특히 미국행 수출은 전년 대비 35.4% 급증해 2021년 3월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 AI·친환경 제품이 수출 호조 주도
이번 수출 호조의 핵심 배경은 AI와 친환경 기술 제품 수요 확대였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제품, AI 관련 기술 제품 등 이른바 첨단·녹색 수출 품목이 중국 수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집적회로 수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397억 개를 기록했다. 고기술 제품 수출액도 1년 전보다 50% 급증했으며, 관련 수입 역시 47% 늘었다.
이는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첨단 제조업 공급망 수요가 중국 무역 지표에 직접 반영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 대미 수출 반등…관세 충격 완화
중국의 대미 수출 급증도 주목할 부분이다.
지난해 대부분 기간 동안 중국의 대미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으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올해 5월에는 35% 넘게 증가하며 뚜렷한 반등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관세 격차가 줄어든 점도 중국 수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추가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경쟁국보다 부담이 작을 경우 중국 제조업체들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 수입도 급증…무역흑자 1천54억 달러
수출뿐 아니라 수입 증가세도 강했다.
5월 중국의 수입은 전년 대비 27.4% 증가했다. 이는 4월 증가율 25.3%보다 높은 수준이며, 시장 예상치 25%도 웃돌았다.
그 결과 중국의 5월 무역흑자는 1천54억 달러로 확대됐다.
다만 올해 1~5월 누적 기준으로는 수입 증가율이 24.5%로 수출 증가율 15.5%를 웃돌면서 전년 대비 무역흑자 폭은 축소됐다.
▲ 수입 증가는 경기 회복 신호로 보기 어려워
수입 급증이 반드시 내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글로벌리서치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수입 증가가 주로 반도체 칩과 금 등 특정 품목에 집중돼 있으며, 투입 비용 상승의 영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중국의 전반적인 수요가 여전히 약하고 국내 대체 흐름도 계속되고 있어 진정한 무역 구조 재균형은 아직 멀었다고 분석했다.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서두를 필요성도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1분기 이후 경기 둔화 조짐
중국 경제는 1분기 강한 성장세 이후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증가율은 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5월 제조업 공식 구매관리자지수(PMI)도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기준선인 50까지 둔화했다.
수출이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내수와 고용, 부동산 시장 부진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약점으로 남아 있다.
▲ 해외 재고 확보 수요도 수출에 영향
중동 지역 긴장과 에너지 가격 상승 우려도 중국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해외 구매자들이 에너지 비용이 더 오르기 전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수출업체들이 단기적인 수혜를 입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재고 확보 수요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수요가 둔화될 경우 부진한 중국 내 소비가 그 공백을 메우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수출(Photo : [로이터/연합뉴스 제공])
▲ AI 붐은 생산·무역 버팀목
전문가들은 AI 산업 확산이 당분간 중국의 생산과 무역을 지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와 반도체 제품 가격 상승은 수출 지표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내수는 여전히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보조금 효과가 약화되면서 5월 소매판매 증가율이 제로 수준까지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고용 부진과 자동화가 소비 압박
수출 호조에도 제조업 고용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자동화 확산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노동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 시장이 약하면 가계 소득과 소비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중국 경제가 수출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위안화 강세, 수출기업 수익성 부담
올해 위안화 강세도 중국 수출기업에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매출 비중이 큰 수출기업들은 달러 보유액이 많기 때문에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위안화 절상 속에서도 강한 수출 증가세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 제조업의 가격 경쟁력과 첨단 기술 제품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중국 경제의 'K자형 성장' 뚜렷
중국 경제는 이른바 'K자형 성장' 구조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과 수출 부문은 AI와 친환경 제품 수요에 힘입어 강세를 보이는 반면, 부동산 시장과 소비 부문은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에서 수출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내수 회복이 동반되지 않는 성장 구조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에너지 충격과 물가 상승도 변수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에너지 공급 불안은 중국 경제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중국이 오랫동안 겪어온 디플레이션 압력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5월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3.8%까지 오르며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로 비교적 완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에너지 공급 충격이 장기화될 경우 제조업 비용 상승과 공급 부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